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많은 구도자들을 인도하며 한국에도 잘 알려졌던 이 시대 C. S. Lewis라는 별명을 가진 팀 켈러 목사(Timothy James Keller)가 72세를 일기로 5월 19일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팀 켈러는 수년 전부터 췌장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들 마이클 켈러(Michael Keller)를 통해서 우리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어떠했으며, 그가 남긴 유언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팀 켈러의 아들은 자기 부친이 여러 번 기도를 통해 예수님과 함께하기 위해 본향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했다고 했다. 이에 더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할 수 없기에 가족들은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팀 켈러가 남긴 유언이 궁금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I’m ready to see Jesus.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 There is no downside for me leaving, not in the slightest.”
“이제 예수님을 만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를 본향으로 보내 주소서... 내가 떠나는 것엔 부정적인 측면이 조금도 없습니다.”
마지막 말이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준다. “내가 떠나는 것엔 부정적인 측면이 조금도 없습니다.” 무슨 의미일까? ‘천국에 입성할 준비가 확실하게 갖추어져 있다’는 뜻 아닐까.
죽음 직전까지 사후에 천국이 있음을 확신하지 못하고 떠난 이들이 적지 않다. 임종 직전 신앙고백은 매우 중요하다. 영혼이 육신의 장막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이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은 영원한 천국이냐 그 반대편이냐를 판가름하는 아주 소중한 타임이다. 그 순간 평소 확신해온 믿음을 부인하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
그러기에 가족들은 임종 직전에 있는 이들을 예의주시하여 힘이 되는 찬송을 불러주거나 뜨겁게 기도해주거나, 또는 천국 소망에 대한 확신의 성경구절을 읽어주면서 그의 신앙을 확인해야 한다.
팀 켈러의 사후 그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깨닫는 바가 하나 있다. 그를 아는 전세계 모든 성도와 목회자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도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땐 어떤 반응이 나올까를 상상해본다. 남은 생 더욱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 간절하다.
팀 켈러는 정말 선한 영향을 많이 끼친 분임이 틀림없다. 유독 우리나라에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팬들이 많았음은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모범된 삶이나 탁월한 저서들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 할지라도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팀 켈러는 창세기 1~2장을 사실이 아닌 비유로 해석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성경과 진화 생물학 양자를 조화시키고자 성경적 창조론 입장을 버리고 진화적 창조론(evolutive creationism)을 받아들인 '유신진화론자'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성경적 계시 신앙의 포기를 의미한다.
창세기 1~2장을 역사적 사건이 아닌 비유·풍유·시·문학으로 본 그는 복음주의 창세기 이해와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과 과학은 분명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화를 설명할 때, 과학의 빛에서 성경을 조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빛에서 과학을 조화시키려 해야 함이 필수조건이다. 진화론이 사실이 아닌 터무니없는 발상과 조작임은 대부분이 다 알고 있다.
창조론만이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신앙 없는 과학자들은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 이론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들이 봐도 허구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진화론을 주장하거나 신봉하는 것이다.
나도 학자에 속한 사람이지만, 솔직히 학자가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는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늘 인지하고 겸손해야 제대로 된 학자라 할 수 있다.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도 망치고 남도 망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 싶으면 언제든지 수용하고 인정하는 겸손함이 참 학자의 모습이다.
팀 켈러의 문제점 하나를 더 지적하자면, 그는 평소 모든 성경을 예수 그리스도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팀 켈러의 이런 생각은 그의 스승 에드먼드 클라우니(Edmund P. Clowney)에게서 왔다.
최근 그의 신간 『성경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클라우니나 팀 켈러의 이런 주장은 나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은 한쪽으로 치우친 옳지 않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그렇게 말하는 대표적인 근거 구절이 있다.
눅 24:27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
또 요 5:39절 또한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성경은 무조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것이기에 어떤 구절을 대하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sola scriptura’만 알고 ‘tota scriptura’는 무시하는 발상임을 알아야 한다. 성경은 일부분의 구절만 가지고 모든 걸 판단해선 안 된다.
성경 전반에 나타난 상반되어 보이는 구절들도 균형 있게 종합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 히 4:11절의 내용을 들어보라. “그러므로 우리가 저 안식에 들어가기를 힘쓸지니 이는 누구든지 저 순종하지 아니하는 본에 빠지지 않게 하려 함이라.”
또 히 13:7절을 참조해보라.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일러 주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행실의 결말을 주의하여 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라.”
성경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해석하고 설교하는 것이 옳지 않음이 보이는가? 성경에는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해야 하는 본문이 있는가 하면, 우리 신앙의 선진들의 모범적인 삶을 본보기로 삼거나 그렇지 못한 이들의 본에 빠지지 않게 설교해야 하는 내용도 있다. 구약 성경의 대부분은 예수 그리스도가 나오지 않는다.
언급되지도 않고 언급되어서도 안 될 본문에서까지 억지로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시켜 해석하려 들거나 설교하려는 발상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잘못된 억지 영해’는 성경해석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모든 성경 구절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나올 이유도 없다. 예수 그리스도만 우리에게 중요한 분이 아니고, 성경 속에 나오는 신앙의 선진들의 삶 또한 무시할 수 없음을 놓치지 말라.
팀 켈러가 끼친 긍정적인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한계와 결점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언제나 배울 것만 배우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
지금쯤 그는 고난도 질병도 죽음도 없는 천국에서 앞서 간 성도들과 함께 무한 행복 속에 있으리라 본다. 아울러 이 땅에서 가졌던 자신의 생각에 한계가 있었음도 파악했으리라 믿는다. 땅에서의 수고를 뒤로 한 채 하나님 품에서 영원히 안식하시길 바란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