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의 종교의 자유 침해에 대해 거듭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 국무부가 15일(현지 시간) ‘2022 국제 종교 자유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북한이 종교 활동을 이유로 개인을 처형하고 고문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한 내용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이 보고서에는 북한이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거의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러면서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도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유엔 북한인권 보고서와 북한 인권단체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북한에 존재하는 교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북한에 교회를 포함한 공식적으로 등록된 소수의 종교기관이 존재한다”면서 “다만 이들 기관은 당국의 엄격한 통제하에 운영되고 외국인을 위한 전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 증거로 북한 당국이 모든 시민에게 허가받지 않은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종교 자료를 소지한 사람을 신고토록 한 사실을 적었다.
보고서가 지적한 북한의 교회란 평양 시내에 있는 봉수교회, 칠골교회를 말한다. 이 교회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과 남한의 목회자 등이 주일 예배를 드리거나 방문기념으로 사진 촬영 등을 하는 곳으로 이 교회의 정체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미 국무부가 북한 당국이 외국인들에게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교회가 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전시용 위장 시설일뿐 진정한 교회가 아니란 걸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내 종교인 수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있다. 보고서는 최근 북한 당국의 종교의 자유 탄압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수가 급감해 1950년 당시 종교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24%였는데 2002년에 0.016%로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고 북한 내에 봉수교회 외에도 각처에 500여 가정교회가 있다는 북한의 주장은 거짓이거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이 또 다시 입증된 셈이다. 다만 북한에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 많은 기독교인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란 정황상의 추정이 가능하다. 보고서가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수감된 북한 주민이 5만에서 7만명 가량 된다고 밝힌 점이 바로 이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언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보고서는 “지하 종교 네트워크의 범위는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사적인 기독교 활동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사실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 예로 2009년 한 가정이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2살짜리 아기를 비롯해 전 가족이 종신형을 언도받고 정치범 수용에 수감된 사실을 소개했다.
최근 북한 내에서 퍼지고 있는 무속신앙인 샤머니즘을 비롯해 기독교, 불교, 천도교 등을 믿는 주민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심한 박해를 받는 대상이 기독교인들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 당국이 기독교를 정권에 가장 적대적인 종교로 간주하고 기독교인들을 가장 위험한 정치 계급층으로 분류해 처벌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앙이 김일성 주체사상과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 국무부 보고서의 북한 관련 내용이 종교 활동을 이유로 개인을 처형하고 고문하고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행위를 북한 당국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나온 보고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앞서 국제 기독교선교단체인 오픈도어스는 지난 1월 북한 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세계 최악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기독교인들이 살기에 잔인한 적대적인 나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가 지난 5월 1일 북한을 포함한 17개 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지정할 것을 미국 정부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2023년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들 정부가 종교 및 신앙의 자유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심각한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남북 분단 이전 김일성 공산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기독교 교세가 가장 왕성하던 곳이었다.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평양신학교를 통해 배출된 목회자들이 평양 장대현교회 등 곳곳에 많은 교회를 개척하고 이들 교회를 중심으로 성령의 역사가 폭발적으로 일어나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다. 그런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기독교를 박해하는 국가로 낙인찍히게 된 건 기독교 신앙을 말살하지 않으면 김일성 3대 세습 독재정권 체제가 허물어질 거란 두려움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해마다 펴내는 종교 자유 보고서는 단지 상황을 알리는 자료로서의 의미보단 북한의 끔찍한 종교 탄압에 자유 세계가 침묵해선 안 된다는 당위성에 더 큰 무게가 있다. 이는 곧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북한을 변화시킬 지혜를 모으는 동시에 세계교회와 연대해 북한 동포를 지원하고 기도하는 운동을 전 세계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최소한 통일이 된 후에 모진 탄압을 견딘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을 볼 낯이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