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워서 더 예쁜 봄꽃이 어느새 떨어지고, 연둣빛 잎들이 바람에 여린 몸을 흔들어 대고 있다. 어느새 봄이 중앙에 와버렸다. 아직은 먼 시간이라 생각했던 일정들이 봄을 비집고 요모조모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할 졸업여행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꼼꼼하고 야무진 고영태 전도사님이 졸업여행 진행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정을 총괄하기로 하고, 우린 고 전도사님을 따르기로 했다. 여행을 앞두고 우린 이렇게 편안한데, 고 전도사님은 어찌할꼬!
4월 28일~29일. 드디어 누가신대원 3기 졸업여행 날짜가 잡혔다. 누구는 사업으로, 또 누구는 직장에 매여서 최대한 길게 떠날 수 있는 일정이 1박 2일이었다. 게다가 비싼 항공료를 내야 하는 금, 토요일이다. 너무 짧은 일정이지만, 3박 4일 같은 무박 2일로 보내자고 했다.
함께 생각해 낸 것이 제주행 6시 5분, 김포행 8시 50분 비행기였다. 물론 우리 고 전도사님이 폰과 싸우면서 이뤄낸 쾌거였다. 표가 귀한 시기라 애를 좀 먹었을 것이다. 최행수, 최명숙, 최은희 원우들은 하루 먼저 김포로 달려와 대기하고, 그 외 원우들은 2~3시간 자고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김포공항에 모였지만 모두 즐겁다. 졸업여행이니까!
제주에서 사역하시는 주미라 선배님이 빡빡한 일정을 잡고 우리를 맞아주셨다. 정한수 셰프님의 찐한 전복죽으로 맛난 아침을 먹고, 딸기와 토마토로 입가심했다.
이어 김광식 목사님(전 제주충신교회 담임목사)의 ‘제주 기독교 교회역사’ 강의 시간이 있었다. 강의 전에 특송을 하셨다. 기타를 연주하시는 목사님의 얼굴은 주님을 가득 담은 모습으로 평안한 기쁨이 넘쳐흘렀다. 사모님의 찬양은 성령으로 절제된 힘이 있었다. 우리도 목사님처럼 예수님을 온몸으로 흘러 내보낼 수 있을까? 두 분은 이미 성령 충만함에 휩싸여 기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고 있었다. 주님의 강한 임재하심을 우린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김광식 목사님의 강의가 시작됐다. 제주는 천주교가 먼저 들어와서 학교와 병원 등을 세웠다고 한다. 우리 개신교는 그때 뭘 하고 있었을까? 한국 최초의 선교사로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이기풍 목사님을 제주에 파송하였다. 이날 강의하시는 김광식 목사님은 연로하셨지만, 목사님의 하나님 사랑, 제주 사랑의 마음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힘이 있었다.
여장을 풀어놓고 애월읍에 있는 방주교회로 탐방을 떠났다. 노아의 방주 모양을 모티브로 한 특이한 건물 모양에 물에 떠 있는 듯한 방주교회는 건축물상을 받은 교회라고 한다. 교회 앞은 정갈하게 펼쳐진 넓은 초원이 있고, 목조건물에 사방 유리벽의 물빛은 바람에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무수히 깔린 물속 자갈돌은 물속에 잠긴 수많은 사람 같았다. 우리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교회로 들어갔다. 먼저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강대상에 서서 축도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즐거운 점심시간, 마니쥬 식당에서 싱싱한 회와 갈치구이, 너무나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매운탕의 맛을 마음껏 음미하며 감사함으로 그릇들을 싹 비워버렸다.
다음은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향했다. 이곳은 천주교의 성지순례 장소로서, 예수님의 탄생부터 공생애와 십자가 사건에 이르기까지 전체 약 264,000㎡ 면적에 동상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사각모와 가운을 입고 졸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님은 이 땅을 우리에게 다 위임해 주셨다. 십자가 고난 중에 계신 동상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그 보혈의 피 값으로 부활의 영으로 새 창조 된 것에 감사드렸다. 그리고 겸비하여서 주님의 뜻에 맞는 합당한 사명자가 될 것을 결단하며, 산책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주의 종이 되기 위해 가는 길에 예수님을 우리 가슴에 새겨 넣는 깊은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김성만 총장님과 김병준 교수님께선 힘드셔서 사우나 가고 싶으시단다. 녹차사우나 해수탕으로 이동했다. 스타렉스에 몸을 싣고 편의점에서 구입한 과자로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겁게 가다가 아뿔싸!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야외 해수탕에서 비를 맞으며 주님을 생각했다. 우리를 충성된 사명자로 세우기 위해 연약한 우리와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했다.
다음 코스인 제주국제순복음교회로 향했다. 독특하게 꾸며진 아름다운 교회였다. 잘 절제되고 신사적이고 인품이 있으신 목사님의 모습은 너무나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교사헌신예배로 드리는 금요예배에 우리도 함께했다. 우리는 성령 충만하여 특송을 불렀고, 김병준 목사님께서 설교로 주일학교 전도에 대해 새 지평을 열어주셨다.
다음으로 주님동산교회에 도착했다. 이 교회는 말씀찬양을 하셨던 부부 목사님의 교회였다. 생흑돼지 삼겹살 구이와 고등어김치 조림으로 푸짐한 저녁 식사를 한 후, 제주에서의 마지막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차승호 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는 김주연 원우의 기도로 사단의 계획을 부수고, 김병준 교수님의 말씀을 통해 ‘기도로 이뤄내는 화평’을 일깨우게 해 주셨다. 김성만 총장님의 짙은 눈물의 호소에 우리의 마음은 충만한 은혜로 가득했다. 주님동산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의 찬양은 모든 불의한 것과 악한 것을 깨뜨리고, 우리 모두에게 승리의 깃발을 꽂게 했다. 찬양하시는 목사님의 눈은 예수님에 대한 깊은 사랑에 젖어 평화로웠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눈물로, 기쁨으로 환호성을 터트리며 진정한 회개 가운데 각자의 마음에 주님의 참사랑이 넘쳐흘렀다. 고 전도사의 손가락을 크게 다칠 뻔한 사고도 주님께서 안전하게 인도해 주셨다.
주님의 섭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의 졸업 여행 길을 빛으로 조명해 주셨고, 우리는 주님으로 인하여 참 승리를 맛보았다. 아직 어리고 연약하지만 겸손과 온유의 종으로,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주님 보시기에 변함없이 정직히 행하여 착하고 충성된 주의 종으로 사명 감당할 것을 고개 숙여 주님께 결단했다. ‘일평생 주님과 동행하기 원합니다! 오직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려드립니다!’
누가신대원은 우리 사명의 길에 첫걸음이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누가신대원의 졸업여행! 김포공항에서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주님과 함께였다. 할렐루야!
김주연 누가신대원 제3기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