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 확장억제 명문화

지난달 하순 美 국빈 방문 '워싱턴 선언' 채택… "한국형 확장억제, 핵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의 외교 노선은 선명했다.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라는 기조하에 정상외교를 진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안보, 첨단기술 분야로 넓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과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미일이 북중러와 대결하는 신냉전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이 신냉전 외교시대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당선 첫 일정도, 취임 첫 정상회담도 모두 바이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당선 첫날 첫 일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한미동맹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발신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역대 대통령 취임 최단기간인 열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박3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오산 공군기지에서 윤 대통령과 작별인사를 하면서 "당신을 신뢰합니다"(I trust you)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진정한 유대'(genuine connection)가 형성된 것을 느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포괄적 전략동맹" 연이은 밀착행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한미동맹을 안보와 경제를 아우르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은 곧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통상협력체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동해 개최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첫 회의에 윤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미국 주도의 IPEF는 공급망 협력 등을 목표로 일본, 호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의 참여와 함께 출범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견제 성격이 있어 대(對)중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윤 대통령은 '균형'보다는 '선명성'을 택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동맹에도 참여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참석이 가치연대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미국과 서방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고 본 것이다.

◈확장억제 명문화…"핵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첫 만남을 시작으로 나토 정상회의, 유엔총회,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여러 다자회의 때마다 별도 회담 등을 가지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북핵과 역내 이슈 공동 대응 의지를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는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차례로 진행됐다. 특히 한미일 3국 정상은 '프놈펜 성명'을 채택하며 미국의 대북억제력 강화, 첨단산업 협력, 경제안보대화체 가동 등 연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그리고 이번 국빈 방문에서 지난 1년간의 결과물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이 채택됐다. 북한 핵 공격 시 미국 핵무기로 신속 대응, 핵협의그룹(NCG) 창설, 핵·전략무기 운영 계획 정보 공유,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 결합 공동작전 기획·실행 협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기적·지속적 전개 등이 골자다. 핵비확산체제(NPT) 협정 준수를 재확인한다는 문구도 넣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터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상 차원에서 한미 확장억제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공동 합의문을 최초로 채택했다"며 "이는 확장억제에 대한 양국 최고 리더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특히 "양국은 한국형 확장 억제의 실행 계획을 담아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공유와 계획 메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은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지원과 배려를 약속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양국 국가안보실(NSC)간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기술 관련 공동연구·개발과 전문인력 교류도 촉진하기로 했다.

◈尹 국빈 방미 결에 엇갈린 평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쯤에 이뤄진 미국 국빈 방문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워싱턴선언 채택을 놓고 "한미 군사동맹이 핵동맹으로 발전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워싱턴 핵심은 핵협의그룹 설립과 핵문서 공개,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강화 가시성 증대"라며 "특히 핵문서는 사실상 최초의 핵공유선언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우리 산업, 기업을 전혀 지켜내지 못했다"며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사과 요구는커녕 아예 면죄부를 주고 앞으로 계속해도 아무런 상관없단 태도를 보였다. 대한민국 주권을 포기한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대만 문제 관련해 "청구서만 끌어안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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