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다.
미 의회 연설은 한국 정상으로선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연설 제목은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i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으로 40분 동안 연단에서 이뤄졌다. 연설문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와 '한미동맹'으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미동맹의 과거를 짚고 미래 한미동맹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연설은 영어로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며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할 것이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짚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우선 핵 개발과 잇단 도발을 이어오고 있는 북한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끌어낸 '한국형' 확장억제력 강화 플랜인 '워싱턴 선언'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담대한 구성'을 제안했다고 언급하면서 "비핵화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도 환기시켰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 의원 여러분도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정당한 이유없이 감행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번영, 연대를 위한 한국의 인도-태평양(인태)전략도 소해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인태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 그만큼 한미동맹이 작동하는 무대 또한 확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 연설이 한미동맹 70주년에 맞춰 이러진 만큼 한국과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걸어온 순간순간을 되새기며 70년 한미동맹의 역사를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은 자유를 위협하는 두차례의 참혹한 대전을 겪으면서도 미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개입을 택했다"며 "미국이 치른 희생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 미국은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장진호 전투 등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 속에 치른 미국의 희생을 강조하며 참전에 대한 감사와 전사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원주 324고지전에 참전했던 고(故)윌리엄 웨버 대령의 손녀를 연설 중 소개하는가 하면, 참전 용사였던 미국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한국전쟁을 자랑스런 유산으로 여기고 참전용사들을 예우하는 미국정부와 국민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이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속에서 일궈낸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소개하며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제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활력 넘치는 나라"라며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초기 일방적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 협력관계로 발전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을 축하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며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올해는 미주 한인 이주 120주년"이라고 알리면서 한미관계 발전의 가교역할을 한 이주 한인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K팝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BTS, 블랙핑크 등을 거론하며 "문화컨텐츠는 양국 국민의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며 "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더 먼저 왔지만, 의회는 제가 먼저 왔다"고 해 의원들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지난 1989년 고(故)노태우 전 대통령 의회 연설에서 했던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이 자리(의회)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말할 날이 올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노태우 대통령의 꿈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은 이승만(1954년)·노태우(1991년)·김영삼(1995년)·김대중(1998년)·이명박(2011년)·박근혜(2013년)전 대통령 등 6차례 있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