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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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채 목사(케냐 멜빈대학교 총장)

서병채 총장
우리는 스티븐 R. 코비의 ‘7 Habits’를 잘 알고 있다. 그분은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고 지금은 그의 아들인 스티븐 M. R. 코비가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아 잘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아들 코비가 신뢰에 관한 책, ‘The Speed of Trust’를 썼는데(2006년, 517페이지), 부제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는 신뢰’라고 얘기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신뢰가 있을 때 모든 것에 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우선 신뢰는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엘빈 토플러가 시대의 흐름을 제5의 물결로 표현한 것처럼 이 책에서도 그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신뢰라는 것은 우리 자신에서 시작하여 관계성으로, 그리고 조직으로 또 밖으로 흘러나가, 마침내는 전 우주적인 현장으로 진행된다고 했는데 아마도 저자 자신의 회사, Covey Leadership Center를 운영해가면서 발견된 것들 같다. 결국, 신뢰라는 것은 안에서부터 시작하여 바깥으로(inside out) 진행, 발전, 확장되어 간다는 의미이겠다.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 자신으로부터 신뢰성을 쌓아가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의 주목을 더 끈 것은 위의 내용이 담겨있는 있는 그 책보다도 아버지 코비와 아들 코비, 즉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널리 신뢰를 받던 아버지의 사역을 아들이 받아서 계속 그 신뢰를 아들 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성(Credibility)이 아들의 사역 성공에도 확실히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일 것이다. 어쨌든 코비의 ‘7 Habits’ 책을 보면 추천사에서 그의 자녀들이 아버지에 관해 얘기한 내용들이 나온다. 그 만큼 자녀들이 아버지를 신뢰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다. 나는 처음에는 놀랐다. 자녀들이 부모가 한일에 대해, 말로는 감사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혀지는 책에다가 부모에 대해 쓴 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적이다. 그런데 아들 코비의 신뢰에 대한 책 ‘Speed of Trust’를 보면, 아버지 코비가 아들의 책에 추천사를 또 썼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이정도 된다는 것은 정말 부러움을 살만하다. 물론 아버지 코비의 책 ’7 Habits’를 보면 일반적인 일곱가지 개인성장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에 관한 것도 많이 썼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아버지’ 이미지를 확실히 주고 있다. ‘7 habits’에는 자녀들이 거의 다 아버지의 책에 추천사를 썼다. 이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가 이렇게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아들 코비가 쓴 책에, 역시 아비지 코비가 또 추천사를 썼다. 자녀가 부모를 존경하고, 부모가 자녀를 격려해주는 모습을 그려본다.

나 같은 경우는 여기에 못 미친다. 나는 신학교를 다닐 때에 결혼해서 아들이 있었으므로, 신학생으로서 또 전도사로서 가난과 어려움은 항상 있었다. 한국에서 전도사, 목회자의 생활은 넉넉지 않으므로 자녀들은 희생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가족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들에게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아버지”로 항상 머리에 심겨졌을 것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 표현 했을 때, 나는 좀 심각성을 느꼈다. 그리고 또 해외에 선교한다고 모든 재정을 다 쏟아 붓다시피 했으니 그것도 자녀에게는 불만인 듯했다.

이 책 말미에는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 신뢰를 얻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우선 정직하고 신실하여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이든 해야 하며 아울러 어떤 것이든 사람들을 속이거나 감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하는 일에 또 요청된 일에 전문성, 지식, 기술,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반드시 지난날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병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