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음악 이야기] 모듀레이션(Modulation)과 부활 찬양

오피니언·칼럼
칼럼
윤임상 교수(월드미션대학교)
월드미션대학교 윤임상 교수

지난 1904년 영국 웨일스에서 일어났던 부흥 운동은 1906년 미국의 아주사 부흥운동, 1907년 한국의 평양 대부흥 운동 등 20세기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부흥 운동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이때 웨일스 부흥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은 제씨 펜 루이스(Jessie Penn-Lewis, 1861-1927)였습니다. 그녀의 평생 신앙의 핵심은 십자가 복음이었습니다.

그녀가 평소 외치는 중요 문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십자가는 생활의 중심입니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방황하는 원인은 명확합니다. 그것은 십자가 중심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반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깊이 뿌리내려야 합니다. "이처럼 그녀의 외침 속에 나타나는 핵심은 십자가 복음.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1927년 그녀가 죽는 날까지 영국과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평생 이 십자가의 도 만을 외쳤던 여 사도였습니다.

한편 그녀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의 중심의 외침 또한 십자가 복음이었다는 사실을 그가 한 말 "그리스도의 죽으심, 그리고 부활하심. 이 복음이 기독교가 주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을 통해 여실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음악 용어 가운데 모듀레이션(Modulation)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조성으로 진행되던 음악이 다른 조성으로 전조 되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음악을 길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조성을 다른 조로 바꾸게 하여 단조로움을 피하게 하며 이때 그 전조로 인해 음악의 분위기는 완전히 변화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부활을 통한 복음이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우리는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란 사실입니다. 이 세상 생이 다하면 마치 음악이 모듈레이션 되어 분위기를 바꾸는 것처럼 영원한 천국으로 전환되는 소망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부활 시즌에 찬양하는 칸타타 중 박지훈 작곡가가 쓴 부활절 칸타타"부활"에서 그리스도의 수난, 죽으심, 부활 그리고 승천을 하나의 드라마로 잘 표현하였습니다. 그 중 피날레 곡 "예수"는 전체 이야기를 잘 축약하여 하이라이트로 전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주(introduction)를 통해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어 삼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강조하기 위해 같은 리듬과 음정을 갖고 강조하려는 오스티나토(Ostinato) 기법을 썼습니다. 특이한 것은 삼일 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 승리의 영광을 장조가 아닌 단조(가단조, a minor)로 표현했습니다. 역설의 승리, 그리고 비장함이 감도는 승리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어서 연결되는 주 예수의 강림과 이 세상 다 지난 후 천국에서의 영생의 기쁨을 하이라이트로 나타내기 위해 두 편의 찬송가를 대입시켰습니다. 하나는 19세기 초반 미국의 장로교 목사인 요시아 홉킨즈(Josiah Hopkins, 1786-1830)의 "주 예수의 강림(O Turn Ye)"입니다. 이것은 그가 천식으로 치료를 받던 중 생을 마감하던 해에 작시와 함께 작곡을 했던 곡입니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까지 미국 교회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던 찬송 작곡가 제임스 블라크(James M. Black, 1856- 1938)가 쓴 "하나님의 나팔소리(When the trumpet of the Lord shall sound)"입니다.

작곡자는 이때 조성을 바꾸어 같은 이름 그러나 다른 단조에서 장조(가장조, A major)로 전환하여 진정한 승리의 기쁨을 더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멋있게 모듀레이션을 하는 중요한 역할이 나타납니다. 곡 중 2마디를 장조(마장조, E Major)를 사용하여 장조(가장조, A major)로 바꾸는 대단원의 전환을 줍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독일의 천재 신학자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를 떠오르게 하였습니다. 그가 1945년 4월 9일 새벽 플로센뷔르크 수용소(Flossenbürg concentration camp)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남긴 유언을 떠오르게 합니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다. This is the end -for me the beginning of life"

이어 서론 부분을 다시 도입하여 같은 방법인 단조(가단조, a minor)로 삼일 만에 부활하신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의 완성을 표현하고 마지막 "아멘"을 장조(가장조 A major)로 전환하여 완성된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21세기를 사는 오늘날 세상은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온통 두려움과 공포들이 더욱 우리에게 엄습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하나님을 섬김에 있어 비본질적인 요소들이 우리를 유혹하여 정작 지켜야 할 본질이 너무나 많이 흔들리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때 체스터턴(Gilbert Keith Chesterton, 1874- 1936)이 쓴 책 "정통(Orthodox)"에서 그가 고백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합니다. "나는 내 나름의 이단을 창설하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거기에 마지막 손질을 가했을 때 그것이 바로 정통신앙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정통신앙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복음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리고 부활 승천" 이것은 일 년에 한 번 부활절 시즌을 맞아 기념하며 기억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일 년 내내, 아니 우리의 평생의 예배 중심에, 그리고 삶의 중심에 기억되어야 할 핵심입니다. 이때 우리가 바로 복음적 삶을 사는 뿌리가 되는 것입니다. 복음을 통한 모듀레이션은 우리로 하여금 영원한 천국을 소망 삼게 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부활하셨습니다!

#윤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