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탈퇴 문제로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 연회에서 탈퇴를 가결하는 등 교단에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 10일 개회된 중부연회와 13일 개회된 충청연회 모두 NCCK와 WCC 탈퇴 건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기감 중부연회에서 ‘NCCK·WCC 탈퇴안’이 통과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부연회는 기감 11개 연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런 큰 연회가 NCCK와 WCC에 대한 탈퇴를 결의했다는 건 이 문제가 여타 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기감 연회 중에선 충청연회가 이미 지난 2021년 연회에서 ‘NCCK·WCC 탈퇴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충청연회는 지난 13일 천안 하늘중앙교회에서 제25회 충청연회에서 이 안을 또 다시 표결에 부쳤다. 결과는 재석 813명 중 찬성 521명, 반대 7명으로 압도적인 가결이었다. 충청연회가 이 안을 거듭 표결에 부친 건 ‘NCCK·WCC 탈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총회에 결단을 촉구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기감은 서울연회 서울남연회, 중부연회 경기연회, 중앙연회, 동부연회, 충북연회, 남부연회, 충청연회, 삼남연회, 호남특별연회 등 11개 연회로 구성돼 있다. 사실 11개 연회 중에 2개 연회가 결의한 건 비중으로 따지면 미미한 수준이다. 2개가 아니라 11개 연회 전체가 같은 결의를 해도 그것이 교단의 결의와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순 없다. 어디까지나 의견을 전달하는 건의의 수준일 뿐이다. 그렇다고 교단이 함부로 무시할 순 없다. 교단 산하 교회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감의 이번 연회는 예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우선 충청연회가 재차 동일한 사안에 집약된 의견을 표출했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이 문제를 교단이 그대로 넘겨선 안 된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로 봐야 한다.
주목되는 건 여기에 중부연회가 가세했다는 점이다. 기감 내 11개 연회 중 가장 규모가 큰 연회가 ‘NCCK·WCC 탈퇴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는 건 단지 상징적인 의미로만 평가할 수 없다. 대책위를 구성한 총회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연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생각할 수 있다.
기감 일부 연회가 NCCK·WCC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는 건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감은 한국교회 교단 중에서 신학적으로 비교적 진보적인 길을 걸어온 교단이란 건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NCCK와 WCC도 단순히 참여하는 수준이 아닌 주도적인 위치에서 이끌어왔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런 교단이 NCCK·WCC에 대해 문제점을 논의하고 연구하는 수준을 넘어 여러 연회가 교단에 탈퇴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있다. 동성애에 우호적인 NCCK와 WCC의 신학 노선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열린 기감 행정총회에서 예고됐다. 상당수의 총대들이 교단적으로 NCCK·WCC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CCK·WCC가 동성애·차별금지법 제정을 옹호할 뿐 아니라 예수 이외에 다른 곳에 구원이 있다는 종교 다원주의적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유다.
기감이 이번 연회 기간 중에 두 연회가 NCCK·WCC 탈퇴안을 통과시킨 것 못지않게 주목받은 게 있다. 충청연회가 ‘미국연합감리교회(UMC) 교류 금지 및 교리와장정 개정 촉구 건’을 투표에 부쳤다는 사실이다.
상당수의 한인연합감리교회들이 UMC를 탈퇴하거나 교류를 단절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 역시 UMC 내 동성애 문제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이 안건은 813명 중 찬성 322명, 반대 45명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과반인 407명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언제든 재 점화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기감 일부 연회가 특정 사안에 의견을 결집한다고 그것이 총회 결의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다만 교단 지도부엔 적지 않은 심적 압박이 될 수 있다. 한 두 연회의 결의를 소수 의견으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교단으로선 나비효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기감의 이 같은 분위기에 NCCK는 연일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총무 이홍정 목사가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힌 것만 봐도 이 사태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다. 이 총무로서는 본인이 책임을 지는 선에서 더 이상의 파국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겠지만 한 사람의 희생양으로 그칠 문제인가가 관건이다.
NCCK 내에선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를 적극 옹호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인권위를 NCCK에서 분리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궁여지책으로 NCCK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법론을 생각하기 전에 NCCK에 주도적인 참여를 해 온 교단들이 왜 등을 돌리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한국교회와 다른 길을 가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어떠한 대안도 임시방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