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육학회(회장 김현숙)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소재 아현성결교회(담임 손제운 목사)에서 ‘코로나 세대를 위한 공적 기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먼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앙과 교육에 대한 인류학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순용 박사(연세대)는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고 올해 들어 급격히 팬데믹 상황 이전의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며 “2023년 현재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3월 20일을 기점으로 선언된 대중교통 마스크 전면해제는 드디어 우리가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가져온 파장은 공중보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은 것을 넘어 전 세계의 일반인들이 살아온 일상을 다양한 차원에서 뒤흔들어놓았다”며 “그 가운데 교육 분야에서는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194개국에서 15억 7천만 명 이상의 학교에 등록된 학생들이 어떤 형태로든 교육의 중단을 경험했는데 이는 전 세계 학령기 인구의 90.1%에 해당하는 수치(UNESCO, 2020; UNICEF, 2020)다. 교육 중단은 전쟁, 내란, 천재지변 등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했던 전례가 있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게 전 지구적인 규모로 동시에 겪게 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 면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독교교육의 역할을 떠올릴 수 있다”며 “첫째, 팬데믹과 같은 국경을 초월한 위기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나약하고 항상 생존을 위협당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상존하게 되었다. 따라서 기독교교육은 인류의 현주소에 대한 통찰과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연결 짓는 노력으로 귀결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의 기독교교육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데, 무엇보다 교육적 노력의 이상적인 상태로 그리스도인들이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선도적으로 어떤 행동과 사고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깨우침이 있어야겠다”며 “예컨대 기술격차가 삶의 격차로 영구화되는 부정의를 고발하거나, 포스트휴머니즘이 동반하는 정신적인 공황(恐慌)에 대한 경고를 교육을 통해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검을 토대로 그리스도인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교육운동이자 정신운동으로 기독교교육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박사는 “둘째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인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로와 돌봄이 필요한 존재임이 부각되었다”며 “디지털 혁신에도 불구하고 위로와 돌봄은 교육공학적 영역에서 제공되기 힘들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독교교육은 불확실한 시기에 희망과 목적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와 더불어 AI시대의 도래와 함께 존재론적 회의와 불안이 증폭되는 오늘날, 이에 대응하는 신앙공동체의 돌봄과 교육은 사람들이 평생 필요로 하는 회복 탄력성과 상황대처 능력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기독교교육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고양하여 정신적인 버팀목이 될 수 있는데, 기독교적 가치관의 정립은 많은 사람이 고립되고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시기에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고, 그중 일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상황은 우리 모두를 기존의 생활세계에 안주할 수 없도록 하고 21세기가 단순히 20세기의 연장이 아니라는 점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 “그동안 인간중심적인 오만함에서 비롯된 이상주의적 무한성장과 진보에 대한 막연한 신뢰가 깨진 지 오래”라며 “그러나 이를 대체할만한 글로벌 공동의 희망적인 철학이나 연대의식을 모색하지 않은 채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피상적인 대화만을 해온 안일함이 코로나19로 인해 새삼 부각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지구촌 구석구석에 미치는 코로나19의 파장은 2023년 현재 인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포스트 코로나 사회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과 예배 방식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가운데 기독교교육이 던지는 화두는 교육을 통해 공공선의 구현과 공동의 위기대응이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나의 정신운동으로 결집될 수 있는가”라며 “기독교교육은 신앙공동체의 테두리를 넘어 지구 보호라는 기독교적 책임의식과 더불어 인류 공통의 도전 과제들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연대의식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캐니(Uncanny)와 성육신적 연대’라는 주제로 발제한 주연수 박사(부산장신대)는 “팬더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시기보다 초국가적이고 범사회적인 연대가 중요하였으나, 두려움은 타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과 혐오감으로 비화되어 연대 영역을 위축시켰다”며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극복하는 것은 곧 언캐니를 극복하고 연대로 나아가는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성육신은 신-인이라는 절대적 차이와 간극을 뛰어넘어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사건이다. 성육신의 핵심은 신이 인간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신적 속성을 버린 하나님의 케노시스”라며 “절대적인 질적 차이를 극복하고 창조주가 창조하신 세계에서 피조물과 함께 거하신 미증유의 연대인 것”이라고 했다.
주 박사는 “코로나가 창궐하는 동안 한국교회는 그룹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회와의 소통을 잃어버리고 성육신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는 과오를 범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독교는 자·타의 이분법에 갇혀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탈육신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자기를 비우고 전 인류를 품는 공공의 연대, 두려움과 공포를 연민과 사랑으로 극복하는 성육신의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류세와 같은 위기는 큰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세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다차원적 담론과 글로벌 연대에 적극 참여한다면 오히려 기독교의 공적 소명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코로나19라는 재난을 경험하며 한국의 기독교공동체가 이제라도 스스로를 철저히 비판적으로 성찰한다면, 이는 역설적으로 희망적인 변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삼위일체-의사소통적 실천을 통하여 사회와 소통하며 공공적 사역을 수행하는데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독교가 샬롬의 영성을 바탕으로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고 평화 가운데 함께 거할 수 있는 연대를 성육화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한편, 이어진 분과 발표에선 ▲김신명 박사(영남신학대)가 ‘다문화 청소년을 포용하는 기독교 다문화 교육철학: 신실하게 공감하기 담론’ ▲송은신 박사과정생(고신대 박사과정 수료)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있어서의 사랑의 의미와 교육에의 함의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 ▲최원재 박사(동국대)가 ‘메타버스 시대의 공적 기독교교육: 메타포 교육과 존재론’ ▲신현호 박사(장신대)가 ‘코로나 시대의 공적신앙 형성을 위한 기독교교육과정 탐구’ ▲이영진 박사(장신대)가 ‘기독교교육과정의 논리: 가치주도평가모형 적용연구’ ▲권진구 박사(목원대)가 ‘영적 지도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고찰’ ▲Ainembabazi Ronah(GIT, Younsei University)가 ‘Rethinking Critical Hope in the Lenses of Christian Education for Post-Covid-19 Children’ ▲안정도 박사(장신대)가 ‘브레멘 학교논쟁’ (1905): 독일 국공립학교 종교수업 논쟁의 촉발사건’ ▲김민호 박사과정생(백석대)이 ‘chat GPT시대에 기독교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