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

김형태 한남대 총장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해준 만큼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어렵다. 자식 사랑은 본능적 속성이 있지만, 부모 사랑은 의지와 노력으로 해야 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기는 쉽지만 아랫물을 위로 역류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효도에는 상급이 붙는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러면 네가 이 땅에서 장수하리라"(엡 6:3)는 성경구절이 대표적이다.

그러면 여기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자.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언젠가 우리가 늙어 약하고 지저분해지거든 인내를 가지고 우리를 이해해 다오. 늙어서 우리가 음식을 흘리면서 먹거나, 옷을 더럽히고, 옷도 잘 입지 못하게 되면 네가 어렸을 적에 우리가 너희들을 먹이고 입혔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면서 미안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조금만 참고 받아다오. ... 늙어서 우리가 말을 할 때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더라도 말하는 중간에 못하게 하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 좋겠다.

네가 어렸을 때 좋아하면서 듣고 싶어했던 이야기를 네가 잠이 들 때까지 셀 수 없이 되풀이하면서 들려주지 않았니? 훗날에 혹시 우리가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더라도 우리를 너무 부끄럽게 하거나 나무라지 말아 다오. 수없이 핑계를 대면서 목욕을 하지 않으려고 도망치던 너를 목욕시키려고 따라다니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겠니? 혹시 우리가 새로 나온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고 서툴더라도 전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웹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우리에게도 조금 가르쳐다오. 우리는 네가 어릴 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는지 알 수 있겠니?

상하지 않은 음식을 가려 먹는 법, 옷을 어울리게 잘 입는 법, 너의 권리를 주장하는 법 등 점점 기억력이 약해진 우리가 무엇인가를 자주 잊어버리거나 말이 막혀 대화가 잘 안 될 때에도, 기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좀 기다려 주지 않겠니? 그리해도 혹시 우리가 기억을 해내지 못할 수가 있으니 그 때에는 너무 염려하지 말아 다오. 왜냐하면 그런 때가 되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너와의 대화가 아니라 그냥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고,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족하기 때문이란다.

또 우리가 먹기 싫어하거든 우리에게 억지로 먹이려고 애쓰지 말아 다오. 언제 먹어야 하는지, 혹은 먹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리에 힘이 없고 쇠약하여 우리가 잘 걷지 못하게 되거든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걷는 것이 위험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겠니? 네가 뒤뚱거리며 처음 걸음마를 배울 때 우리가 너에게 한 것처럼 네 손을 우리에게 빌려줄 수 있겠니?

그리고 언젠가 나중에 우리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더라도 우리에게 화내지는 말아 다오. 너도 언젠가는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노인이 된 우리의 나이는 그냥 단순히 살아온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를 말하고 있음을 이해해 다오. 비록 우리가 너를 키우면서 많은 실수를 했더라도 우리는 부모로써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과 부모로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너희에게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너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한다.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네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너를 사랑하고 또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둘 이상 키워봐야 비로소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철들고 나서 부모님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그래서 <불효자는 웁니다>란 노래가 생긴 것이다.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보고 땅을 치며 통곡해요 다시 못올 어머니여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손발이 터지도록 피땀을 흘리시며 못 믿을 이 자식의 금의환향 바라시고 고생하신 어머님이 드디어 이 세상의 눈물로 가셨나요 그리운 어머님"

또 <모정의 세월> 이란 노래도 함께 불러보자. "동지섣달 긴긴 밤이 짧기만 한 것은/ 근심으로 지새우는 어머니 마음/ 흰머리 잔주름이 늘어만 가시는데/ 한없이 이 어디는 모정의 세월/ 아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 듯/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남네/ 길고긴 여름날이 짧기만 한 것은/ 언제나 분주한 어머니 마음/ 정성으로 기른 자식 모두를 가버려도/ 근심으로 얼룩지는 모정의 세월/ 아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이 일 듯/ 어머니 가슴에는 물결만 넘게"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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