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자기 정체성의 시대와 균열적 전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오늘날 부쩍 떠오른 단어가 ‘취향’이다. 사람들의 개인적 관심사와 기호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침해나 제한받을 수 없는 권리가 되었다”며 “취향의 시대를 떠받쳐주는 기둥은 자유와 선택이다. 이러한 문화에서 사람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공동체를 선호한다. 더 이상 학연, 혈연, 지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맺으려 한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소모임이나 커뮤니티를 선택하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공동체’라고 번역해서 쓰지 않고 ‘커뮤니티’라고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특이하다)”며 “지금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수많은 소모임과 커뮤니티들이 만들어진다. 또한 새로 만들어지는 만큼, 많은 모임이 회원 간 반목과 불화로 금세 문을 닫는다”고 했다.
그는 “인간은 상호의존의 관계 안에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자기 정체성의 근거를 자기 발견과 표현에 두는 것은 스스로를 취약한 기반 위에 자리매김하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각자도생과 능력주의가 판을 치고, 전통적인 끈끈한 연대들이 와해하고 있는 마당에, 서로에게 진정한 관심과 돌봄을 제공하는 공동체를 찾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팀 켈러는 기독교는 시대의 문화현상에 적응하고 상관성 있게 맞추려고 하기보다, 고유한 이론(high theory)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기독교의 고유한 이론이란 먼저 이 시대 문화의 서사가 안고 있는 주요 결점을 폭로하여 그것들이 실제 인간의 본성이나 삶에 관한 우리의 가장 깊은 직관과도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그럼으로써 기독교의 고유한 이론은 복음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시대 문화의 서사보다 더욱 충만한 대항적 서사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자기 정체성을 삶의 중심으로 삼는 태도와 자신이 그리스도의 것이라는 신앙고백을 하는 태도 사이에는 실제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라며 “알란 노블은 자기 정체성과 표현적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지고한 가치가 될 경우 각양각색의 상황에서 이러한 경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대신에 그는 하나님께서 지으신 창조세계의 아름다움과 선함을 보며 그분께 영광을 돌리며 그러한 아름다움의 경험에서 나 자신이 중심을 차지하려는 욕망을 포기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Alan Noble, Disruptive Witness, IVP, 96)”고 했다.
그는 “자기 정체성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현실 세계에 찰스 테일러가 말한 갇힌 자아(buffered self)로 살아가야 한다”며 “개인의 취향과 자유가 최고의 선이 되면서, 더 큰 세계의 이야기와 경이로움은 차단될 수 있다. 종교적 신앙도 취향의 하나로 취급되곤 한다”고 했다.
이어 “노블은 이러한 시대에 교회가 할 일은 기독교 신앙을 사람들의 또 다른 취향의 선택지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의 기반에 균열을 가하는 증언(disruptive witness)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며 “이러한 균열적 증언에는 복음을 언어로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의 독특한 실천들(안식의 실천, 식사에 대한 감사기도 등)도 포함된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적 상관성을 갖춘 전도가 아니라, 문화적 신념을 근본적으로 균열시키는 전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