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불가능한 복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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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류현모 교수

생명이 진화에 의해 생길 수 있느냐의 문제를 분명하게 논하려면, 생명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각 학문 분야마다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생명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해부학, 조직학에서는 형태의 측면에서, 생리학에서는 생명의 생리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측면에서, 유전학에서는 유전 정보가 조상에서 후손으로의 흐름을 중심으로, 생화학에서는 물질의 대사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려 한다. 각 학문분야들의 생명에 대한 정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유기물인 탄소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2) 주변 환경과 분명한 경계를 가진다. 3) 주변 환경의 자극에 대해 반응한다. 4) 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후손을 생산한다. 5) 주변의 물질을 섭취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생물학자들은 생명을 복잡한 정도에 따라, 단세포 생명체와 다세포 생명체로 구분한다. 단세포 생명체에는 박테리아를 비롯한 단세포로 생명을 유지하는 미생물들이 있으며, 다세포 생명체에는 동물과 식물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생명과학 연구자들은 가장 간단하고 작은 생명의 단위가 세포라는 것에 모두 동의하며, 세포는 앞서 설명한 생명의 정의를 만족시킨다.

J. Craig Venter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사람 DNA의 염기서열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밝히겠다고 1990년부터 미국과 영국 정부주도로 시작된 사업이다. 그때 Venter는 TIGR(The Institute for Genome Research)라는 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는 혁신적인 게놈시퀀싱 기술을 개발하여 인간의 DNA의 유전자 정보를 특허로 등록, 사업화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제안하여 민간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았고, 그 돈으로 정부주도의 다국적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사람이다. 클린턴 정부가 인간의 유전정보에 대해 특허를 불허함으로써 그의 계획은 어긋나게 되었으나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공로를 정부 측 컨소시엄과 함께 공유하는 영예를 얻었고, 유명인사가 된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Venter는 자기 이름의 연구소(J. Craig Venter Institute, JCVI)를 설립하고 인간의 수명연장, 환경문제, 합성생물학 등 세 가지 연구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새로운 투자를 받았다. 그 중 합성생물학은 한 생명의 DNA를 다른 생명체의 DNA와 섞어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진화론적 생명의 개념을 증명해 보이려는 의도가 있다. 그 첫 프로젝트는 지구상의 가장 간단한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지구상의 가장 작은 생명체로 Mycoplasma genitalium이라는 미생물을 선정했는데 그 유전자의 수는 525개에 불과했다. 이들은 대장균에서 그 DNA를 제거한 후 M. genitalium의 DNA를 그 안에 삽입하여도 이들이 여전히 살아서 세포 분열하는 것을 보고 이것을 그들이 합성한 첫 생명체, JCVI-syn1.0, 이라 명명하여 2016년에 ‘Science’지에 발표했다. 다음 단계로는 525개의 유전자 각각을 하나씩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고, 각 유전자를 순서대로 제거했을 때 최소한 473개의 유전자는 남아있어야 생명이 유지되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나 그 이후 면밀한 조사결과, 7개가 더 추가된 480개는 있어야 원래의 세포형태가 유지되면서 살아있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것을 JCVI-syn3.0으로 명명하며 2021년 ‘Cell’지에 발표했다. 종합하면, 전체 525개 유전자 중 480개는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거기에서 하나라도 더 줄일 수는 없다는 결과이다.

JCVI의 연구결과는 Oparin의 제안으로 진화론자들이 널리 받아들인 “원시수프 이론”, 즉 단백질과 핵산의 농도가 높아진 원시수프 속에서 이들이 우연히 결합하여 가장 간단한 생명인 세포가 생길 수 있다는 이론을 부정하는 결과다. 진화론자들의 주장은 단백질 몇 개로만 구성된 간단한 세포에 단백질이 조금씩 더 추가되면서 점점 더 복잡한 세포로 변화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합성한 JCVI-syn3.0은 480개의 단백질이 동시에 한꺼번에 하나의 세포라는 아주 작은 구조 속에 조직화되어 있어야 생명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라도 부족하면 생명현상은 멈추게 되고 똑 같은 세포가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게 된다.

생명체처럼 자신과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후손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가지고 있어야 조금씩의 형태 변형이 축적되어 진화가 일어날 수 있다. 후손을 생성하는 과정이 차단되면 생명탄생의 첫 단계부터 우연에 의지해 다시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이클 비히가 주장했던 지적설계의 “환원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을 2021년 JCVI 연구팀이 가장 간단한 세포를 만들려는 끈질긴 시도 끝에 다시 발견한 사실이다. 과학의 연구 결과는 하나님이 가장 간단한 생명체조차 종류별로 있는 형태 그대로 창조하셨다는 성경말씀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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