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다윈의 로트바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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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류현모 교수

신 무신론자는 기독교를 특별히 지목하여 공격하기 때문에 공격적 혹은 전투적 무신론자라고도 부른다. 이를 대표하는 사람이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이다. 스티븐 홀(Stephen S. Hall)은 Discover라는 잡지에서 그에게 ‘다윈의 경찰견(Rottweiler)’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토마스 헉슬리의 생김새와 역할에 비유하여 ‘다윈의 불독’이라 불렀던 것처럼, 기독교에 대해 사납고 공격적인 도킨스의 역할과 생김새를 비유해서 ‘로트바일러’라고 부른 것으로 보인다. 도킨스는 옥스퍼드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1966년에 받았고, 당시의 연구주제는 동물의 의사결정 모델에 대한 것이었다. 지도교수는 니콜라스 틴베르겐(Nikolaas Tinbergen)으로 동물행동학 연구결과를 사람의 자폐증 치료에 적용한 공로로 1973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졸업 후 도킨스는 UC 버클리에서 1967년부터 69년까지 동물학 조교수로 근무하면서 베트남전 반전운동에 참여했다. 1970년 옥스퍼드에 강사로 복귀하였으나 70년대 심각한 불경기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국가 연구비가 끊어지면서 연구보다는 저술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이 시기에 쓴 저서가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 1976>이다. 이 책은 진화론을 적극 지지하며 새롭고 흥미를 끄는 생각을 풀어나간 데에다 스승의 노벨상 수상에 힘입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후에도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 The extended phenotype, 1982’, ‘눈먼 시계공 Blind watchmaker, 1986’ 등 진화론 옹호에 집중한다.

그가 본격적인 진화론 옹호자로서 기독교에 대한 저격수로 등장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멤버인 찰스 시모니(Charles Simonyi) 기부금의 지원을 받는 석좌교수로 임명된 1995년부터이다. <에덴 밖의 강 River out of Eden, 1995>, <무지개를 풀며 Unweaving the rainbow, 1998>, <악마의 사도 A devil’s chaplain>, <만들어진 신 God delusion, 2006> 등 기독교를 공격하는 책들과 10편 이상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도킨스는 하나님의 창조를 공격하면서 진화론을 설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 런던의 2층 버스 측면에 “아마 하나님은 없을 걸, 그러니 이제 걱정은 그만하고 인생을 즐겨”라는 문구를 붙이고 다니는 ‘무신론자 버스 캠페인 (2008~2009)’을 주도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도킨스의 학력 때문에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결과에 근거하여 진화론을 주장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력을 살펴보면 박사학위 이후에는 진화론 이념을 전파하는 대중 선동가로 완전히 돌아선 것을 알 수 있다. 그 증거는 그가 동료평가를 받는 학술논문을 발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의 대표작 <이기적 유전자>는 첫 페이지부터 사실과는 동떨어진 단정으로 시작되고, 그 단정을 근거로 논리를 전개해 나간다.

● 만약 우주의 다른 곳에서 지적으로 뛰어난 생물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문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진화를 알아냈는가?”일 것이다. 지구의 생물체는 자신들 중의 하나가 진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30억 년 동안 자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고 살았다. 진실을 밝힌 그의 이름은 찰스 다윈이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근거 없는 가정 후에 모든 것은 다윈이 밝힌 것으로 단정한다) (p. 38)

● 어느 시점에 특히 주목할 만한 분자가 우연히 생겨났다. 이들을 자기복제자(self replicator)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기복제자는 DNA 혹은 RNA를 지칭한다. 도킨스는 진화론자들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어떤 설명도 없이 존재를 가정하면서 시작한다. DNA의 염기서열에는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우연한 결합에 의한 무작위적 염기서열은 기능적인 단백질의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또 단백질인 효소 없이는 자기복제가 불가능하다) (p. 58)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주장은 동물행동을 관찰하는 연구를 수행했던 도킨스에게는 상상해 볼만한 이야기겠지만 세포생물학이나 분자생물학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도무지 설득력이 없는 몰상식한 이야기이다. 유전자의 이기성이나 밈(meme)이라는 개념이 세포분자생물학 분야의 논문에 인용될 수 없는 것은 그 주장이 과학적 방법으로는 증명도 반증도 할 수 없는, 그저 믿음을 요구하는 이념적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베스트셀러 작가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말한 내용이라고 하면 진위를 따져보지도 않고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칼 세이건, 유발 하라리,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과학적 혹은 역사적 가정과 버무려서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무신론의 이야기꾼들이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의 이야기라도 진리의 시금석에서 분별되어야 한다. 사도바울의 말처럼 “다른 복음은 없나니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갈 1:7~8) 예수 그리스도에 어긋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진리일 수가 없다.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