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개 이상 구조대 활동, 튀르키예 개신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도 구호 중
재정 지원과 구호 활동은 현지 상황 잘 아는 현지 일꾼과 함께 진행하길
튀르키예 정부 손길 미치지 않는 소외된 그룹과 지역까지 도움 주어야”
지난 6일 튀르키예에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만 사망자가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진 발생 후 통상 72시간의 골든타임이 훨씬 지났지만, 건물 잔해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한 필사적인 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고 극적인 구조 소식들도 전해지고 있다.
진원지인 튀르키예 동남부 지중해 연안의 가지안테프에서 서쪽으로 약 3백km 떨어진 멜신(Mersin)시에서 아내와 함께 7년 넘게 일하고 있는 H 선생은 최근 본지와의 단독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장의 처참한 피해 상황과 함께 구조 및 구호 활동 현황 등을 전하며 긴급 기도 제목을 전해왔다.
H 선생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내 이웃과 내 친지들이 처참한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시고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재정적으로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 지원이나 단기팀을 꾸려 구호 활동에 참여할 때 현지 사정과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지 일꾼들의 인도를 받는다면 터기 정부의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소외된 그룹과 지역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ㅡ지진 발생 당시 어떠셨나요.
“제가 거주하는 튀르키예의 멜신시는 지난 6일 새벽 4시 17분경 지진 발생 당시 건물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10층 건물에 1층이었지만 침대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움직일 정도였습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경에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점심 식사 중이었습니다. 이때는 새벽과 다르게 공포감이 순식간에 몰려왔습니다. 멜신은 진원지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건물이 무너지거나 사상자가 발생하는 피해는 없었습니다. 단, 고층 아파트에서는 건물 벽에 금이 갔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ㅡ현지 언론보도와 현지에서 체감하는 피해 현황은 어떻습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2월 17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사망자를 3만 8,044명으로 보고했습니다. 진원지를 포함해서 주변의 10개 주가 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희가 긴급 구호 활동을 한 하타이(Hatay)의 경우 지역 전체가 무너졌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도시 전체를 재건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운 날씨에 텐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15만 명 이상은 이미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 대피하였습니다.”
ㅡ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으로 알려진 하타이 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지역적으로는 튀르키예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고,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튀르키예에 귀속되었습니다. 거주하는 사람은 주로 아랍계입니다. 하타이 지역은 성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신약 성경에서 안디옥으로도 알려진 지역이며, 최초의 이방인 교회인 안디옥교회가 있었던 곳입니다. 사도행전 13장에 기술되어 있는 것처럼, 바울과 바나바가 성령의 지시를 따라 전도 여행을 시작한 실루기아(현지명 ‘싸만다’) 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수리아 정교회 신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현재 3개의 개신교회가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인해 한 개의 교회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한 교회는 건축이 진행 중입니다.”
ㅡ현지 교회와 기독교인들의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전체적인 집계는 없지만,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하타이의 경우 수리아 정교회 건물과 한국인 사역자가 시무하고 있는 개신교회 건물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무너졌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믿는 자들 중에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냈던 한 가정이 아디야만(Adyaman)에서 건물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도 접했습니다.”
ㅡ구호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한국을 포함해서 70개 이상의 구조대가 파견되었습니다. 2월 15일 현재 외국 구조대가 하타이(Hatay)에서 2,398명, 아디야만(Adyaman)에서 1,513명, 가지안테프(Gaziantep)에서 692명, 말라티야(Malatya)에서 283명, 오스마니예(Osmaniye)에서 122명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개신교회협의회 소속 교회들도 힘을 합쳐서 생필품을 구해 피해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광염교회(조현삼 담임목사)가 지진이 발생한 후 이틀 만에 6명으로 이루어진 긴급 구호팀을 꾸려왔습니다. 지진 피해 지역을 답사한 후에 가장 피해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하타이에 베이스캠프를 꾸려 긴급 구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감사하게도 현지인 신자의 도움으로 넓은 창고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구호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멜신과 이스탄불과 이즈밀과 아다나(Adana)에서 한국인 사역자들이 동참하였습니다. 현지 교회 멤버들과 이스라엘에서 온 팀도 합류하여 함께 활동하였습니다. 하타이 도시 전체에서는 물건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해가 적은 아다나에서 물건을 구입해서 화물 트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하타이 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물건을 내려 창고에 쌓았고, 낮 시간에는 물건을 실어 피해가 심한 마을들을 방문하여 물건을 나눠주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인스타그램으로 광고하여 센터를 방문하게 하였습니다. 창고 앞에서 물건들을 진열해 놓고 방문한 현지인들이 필요한 물건을 받아 가도록 하였습니다. 5일간 진행된 긴급 구호 활동을 위해 8톤짜리 트럭 8개 물량을 소화하였습니다. 튀르키예 한국사역자협의회(한사협)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물건을 구입해 피해 지역에 보내 나눠주는 사역을 적극적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ㅡ구호 활동에서 어려움은 없습니까.
“개인적으로 5일간 진행된 긴급 구호 활동에 3일간 참여하였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쉴 새 없이 공수된 물건을 내리고, 차에 싣고, 피해 지역을 방문하여 나눠주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육체적으로 상당히 지쳤던 점입니다. 여진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건물 안에서 잠을 잘 수 없어 밤에 잠을 잘 때 영하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공기 주입형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을 입고 담요를 3개 덮었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잠을 자는 사이에도 트럭이 도착하면 바로 일어나 짐을 1시간 넘게 내려야 했습니다. 치안이나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데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ㅡ튀르키예를 위한 긴급 기도와 한국 및 한국교회를 향해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까.
“진원지 주변 10개 주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의 기도 제목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①주님의 큰 긍휼과 자비가 임하도록 ②인명 구조와 복구 작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③가족을 잃거나 큰 피해를 입어 실의에 빠져 있을 분들에게 큰 위로가 임하도록 ④도움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품들이 잘 전달되도록 ⑤동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발 벗고 나서 섬기고 있는데, 이들을 통해 새로운 추수가 일어나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⑥현재 피해를 입은 도시 중에서 아다나의 사역자 20여 명 이상이 수도인 앙카라로 대피했습니다. 가족들이 안정을 찾고 주 안에서 깊은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특히 자녀들이 매우 놀란 상태인데 주님의 위로와 평강이 임하도록 ⑦한국교회의 구호 활동들이 한사협을 통로로 일관되고 질서 있게 이루어지도록 ⑧한국교회의 구호 활동이 현지 교회들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잘 이루어져서 피해를 당한 튀르키예 교회 성도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드립니다.
특별히 한국교회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이웃과 내 친지들이 처참한 지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시고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재정적으로 후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정 지원을 하시거나 단기팀을 꾸려 구호 활동에 참여하시거나 할 때 현지 사정과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현지 일꾼들의 인도를 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튀르키예 정부의 구호 손길이 미치지 않는 소외된 그룹과 지역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