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주의라는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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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류현모 교수

탈기독교 시대를 이끄는 과학주의는 유물론, 물질주의, 자연주의, 과학제일주의라고도 하며 과학만이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이념이다. 이것은 계몽주의시대 이후 인간의 이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룩된 과학적 발견들과 이를 현실에 적용한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한계들을 극복하기 시작한 과학기술자들의 자신감에서 나왔을 수 있다. 이런 과학주의적 주장은 물질을 사용하여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될 수 없는 것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는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근거한다.

이런 주장은 자연과학에서는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신학, 철학, 윤리학이나 인문사회학 같은 비물질적인 것을 다루는 분야에는 적용될 수 없다. “신은 존재하는가? 우주나 생명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옳고 그름의 절대적 기준은 있는가?”와 같은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서도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라는 철학적 자연주의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신 무신론자들은 이런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과학적 지식은 물질로서 증명되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로서 대중 앞에서 주장될 수 있다. 그러나 신 존재 여부처럼 물질로서 증명될 수 없는 종교적 신념은 주관적 믿음이기 때문에 공적인 장소에서 주장될 수 없으며, 자기 방 안이나 교회 안에서만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행위나 전도를 비난한다.

이런 과학주의(자연주의 혹은 유물론)적 생각은 공교육을 통해 모든 국민들에게 전파되고 있는데 그 선봉을 맡고 있는 것이 다윈의 진화론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다윈의 진화론을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면 성경의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의 내용들을 신뢰하기 힘들게 된다. 진화론은 하나님의 창조 없이 우주와 생명이 시작될 수 있다는 다윈의 주장을 무신론자들이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념이다. 진화론을 주장하는 무신론자들은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신화나 설화 정도로 취급한다. 성경의 가장 앞부분 특히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면서 성경의 나머지 부분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자녀들의 신앙의 근본을 공격하는 가장 치명적인 이념이 과학주의이다.

진화론이 이념이라는 증거는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을 주장하는 방식에서 잘 드러난다. 캘리포니아 주 공립학교의 과학교육 과정 지침서로 출판된 <과학의 기본 틀>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는 생물학에서 종을 넘어서는 대진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학생 중 일부는 자신의 종교나 철학적 신념으로 인해 과학적 결론(진화론)을 진리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사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네가 이 과학적 진리(진화론)의 증거를 개인적으로는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 분야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지식이다. 즉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지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너는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과학교사들이 창조론보다 진화론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지식은 오직 과학에서만 나오고, 과학에서 유래한 주장만이 공적으로 보증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나 철학의 주장은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장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유전학 교수인 리처드 르원틴의 발언은 좀 더 노골적이다. “상식에 반하는 과학적 주장(진화론)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진화론)의 편을 드는 이유는 우리가 사전에 유물론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의 발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수 없기 때문에 유물론은 절대적인 것이다.” 이런 그의 생각은 과거 로마 교황청이 갈릴레오의 과학 활동을 종교의 이름으로 핍박한 일화에 대한 피해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피해의식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말에도 나타난다. “세계는 오랜 종교의 악몽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 종교의 장악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우리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야 하고 이는 문명에 대한 최대의 기여일 수도 있다.” 참과 거짓을 논리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지 않고 자기 패거리의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것이 거짓된 이념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미국의 국가과학아카데미 지도부의 90% 이상이 무신론자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학술지 편집위원들의 대부분이 무신론자이다. 그들은 거대한 진화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으며 진화론에 반대하는 학자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들은 학문의 후속세대에게도 그 위력을 행사하며 그 앞에 무릎 꿇을 것을 명령하고 있다. 우리는 베드로와 요한이 유대의 산헤드린 공회에서 협박당했을 때 한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행 4:19b~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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