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목회사회학)가 최근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홈페이지에 ‘한국 교회의 뇌관, 목회자 은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한국 사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도 70대에 돌아가시면 아쉽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80대에서도 좀 아쉬움이 있고, 90대 이상은 되어야 장수하셨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러한 기대 수명의 연장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교회 역시 다르지 않다”고 했다.
특히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목회하고 교인들의 축복 가운데 원로목사가 된다는 것은 목회자로서 정말 큰 면류관”이라며 “그것은 그가 말씀 가운데 성실했음을 의미하고, 목회가 순조로웠음을 의미하고, 건강도, 가정도, 영성도 올발랐음을 의미한다. 그 모든 것을 이루고, 한 교회에서 은퇴를 하는 것은 정말 큰 영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가 불미스럽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는 이유는 준비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아직 목회 은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교단이 제시하는 규칙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OECD 국가 중에 노인 빈곤율 1위라는 사실이 이 상황을 잘 말해 준다”며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자식에게 기대했던 부분이 무너지면서, 경제 대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OECD 국가 중에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되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노인 자살률이다. 그 수치가 평균 자살률의 4배 이상 치솟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실행되면서 노인 자살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제야 한국 사회가 노령화에 적응하고, 그에 따른 사회 시스템이 정착되고, 무엇보다 문화와 의식이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에서 목회자 은퇴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정말 폭탄과 같다”며 “곳곳에서 교회가 깨지고 서로를 향한 저주와 원망이 난무한다. 그런데 아직도 목회자 은퇴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곳곳에 일촉즉발의 위험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목사의 은퇴를 ‘한국교회의 뇌관’이라고 표현했다. 이 뇌관이 터지는 순간 그동안 한국 교회에 쌓여왔던 많은 문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 목사의 은퇴 문제를 시급하게 다루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연쇄 폭발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어지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고 했다.
이어 “첫째, 교회, 특히 각 교단들은 이제 목회자 은퇴에 대한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각 교회가 알아서 감당할 일이 아니다. 합리적인 규칙이 있어야 거기서부터 각 교회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개인도, 교회도 그런 일을 처음 맞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이 목회자의 은퇴 직전에 돈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분란의 소지가 생긴다”고 했다.
또 “둘째, 노회 차원에서 ‘목회자 은퇴 중재 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마주 앉아 논의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목사와 교인으로 몇십 년을 함께 했는데 돈 이야기로 서로 마음 상하게 하면 안 된다”며 “셋째, 교육이 필요하다. 은퇴하는 목회자도 은퇴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떠나보내는 교인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적인 상식과 절차에 대해서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은퇴가 목회자의 아름다운 피날레가 되기를 바란다. 교회가 감사와 은혜로 응답하고, 목사는 마지막 축복을 남기는 아름다운 일이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서로가 그리워하고, 목사가 그 교회에 오면 서로 반가워하고, 사랑으로 안아 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