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참사 희생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구조대가 연일 기적적인 구조 소식을 전해오고 있으나 광범위한 매몰 지역에 비해 구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난 주일 예배 때 튀르키예를 위해 기도하고 특별헌금을 하는 등 이재민을 돕기에 적극 나섰다.
지난 6일 규모 7.7의 강진이 휩쓸고 간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접경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듯 폐허가 됐다.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만 3만5천 명을 넘어섰고 아직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돼 앞으로 희생자는 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운데 현장에 도착한 우리나라 구호팀이 연일 보내오는 구조 소식은 한 줄기 단비와도 같다. 지난 12일 새벽(한국 시간) 건물 더미에 깔린 10대 청소년과 50대 여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구조작업에 매진한 덕분에 지금까지 8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110여 명의 한국 구조대원의 노고와 희생정신에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내 형제, 내 가족을 구한다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연일 계속된 구조작업에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됐다. 그럴수록 무엇보다 자신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구조팀이 현지에서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른 나라보다 신속하게 현지에 도착한 게 주효했다. 만약 정부가 미적대며 시간을 끌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튀르키예에 지진이 나자마자 현지에 긴급구호팀 급파를 지시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결단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지금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나라 구호팀이 들어와 인명 구조와 부상자 치료, 이재민 구호에 전력하고 있다. 특히 인명 구조팀에겐 시간이 곧 생명이다. 매몰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이른바 ‘골든타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땅속에 매몰된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72시간 안팎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나고도 계속해서 매몰자 생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 구조팀이 지난 12일 구조한 두 사람 모두 ‘골든 타임’을 훌쩍 뛰어넘은 시간에 구조됐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남동부 아디야만에서는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77세 생존자가 지진 발생 8일이 지나 약 212시간 만에 구조됐다. 기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같은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이어지면서 현장의 구조 인력들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몰자들이 버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기적적인 생환에 대한 환호가 비탄과 절망으로 바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애타는 가족의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사력을 다해주기 바랄 뿐이다.
인명 구조와 함께 이제부턴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에 대한 구호에도 집중해야 할 때다. 부모, 형제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어린이, 심각한 부상으로 장애를 얻게 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전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됐다.
지금 현지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 나라에서 보내온 구호 물품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보내는 구호 물품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현지의 이재민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긴급구호품뿐 아니라 기독교 등 민간단체들이 튀르키예 돕기 성금 모금에 앞장서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구호품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지난 주일(12일) 예배시 대부분의 교회가 튀르키에를 위한 기도와 특별헌금을 했다. 이 헌금이 각 교단과 연합기관을 통해 현지 선교사단체 또는 NGO에 신속히 전달돼 현지 이재민들에게 꼭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으로 골고루 배분되기를 바란다.
연합기관과 교단들도 튀르키에 이재민 구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교연은 지난 14일 회원교단과 단체에 튀르키예 긴급구호를 위한 특별헌금을 요청하는 공문을 냈다. 교단장들 모임인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도 새해 첫 모임에서 튀르키예 긴급구호를 위한 모금에 동참키로 했다. 한교총, NCCK를 비롯,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기하성 총회, 세기총, 인터콥선교회, 분당우리교회 등도 모금을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튀르키예 재난 구호에 이처럼 적극 나서는 건 그리 놀라운 일도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한국교회는 튀르키예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재난 현장에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동참해 왔다. 이웃의 고통을 감싸 안는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기독교의 핵심이다. 튀르키예와 한국 사이의 떼려야 뗄 수 없는 돈독한 관계성도 크게 작용했다. 6.25 전쟁 때 자유를 위해 우리와 함께 피 흘려 싸워 준 나라에 조금이라도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이심전심’ 말이다.
한국교회가 튀르키예를 돕는 데 앞장서자 ‘왜 한국교회가 무슬림을 도와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대답을 한국복음주의의료인협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서가 대신했다. “예수님은 ‘주 너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면서 여리고로 가다가 강도를 만나 거의 죽게 된 사람을 예로 들며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고 물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