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13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프란시스 쉐퍼의 합일적 복음전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프란시스 쉐퍼(1912-1984)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위스에 라브리를 세워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서구의 젊은이들에게 인본주의와 실존주의 사상이 인생과 사회를 얼마나 깊이 침식하고 있는지를 치열하게 설명하며 성경적 진리가 우리의 참된 존재를 발견하고 회복해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1980년대와 90년대 한국의 그리스도인 지성인과 청년들에게도 쉐퍼는 당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도입과 더불어, 사회와 문화를 향한 복음주의적 관심을 일깨워 준 인물이었다. 실제로 쉐퍼는 라브리 사역과 기독교 진리의 실재성에 대한 강연과 저술 외에도 복음주의권에서는 선도적으로 낙태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고 했다.
이어 “쉐퍼는 복음주의적 사회참여의 실천가로서 보수적 복음주의와 진보적 복음주의 모두에 영향을 주었다”며 “쉐퍼의 사상적 유산은 현대문화와의 예리한 긴장을 강조하는 세계관 운동가들에게로 계승됐지만, 또한 현대문화를 이해하는 가운데 복음을 소통하려는 더욱 유연한 기독교 지성인들에게도 지울 수 없는 영감이 된 것이다. 이처럼 쉐퍼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수용됨에도 불구하고, 그를 아는 이들이 공통으로 매력을 느끼는 점은 그가 라브리 공동체로 맞이하고 그들과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며 기독교의 진리를 증언했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쉐퍼는 루이스와 더불어 20세기에 가장 빛나는 기독교 변증의 대표주자들”이라며 “사실 쉐퍼와 루이스는 신학적 전제(루이스의 신화적 성경관 vs. 쉐퍼의 성경무오설)에서는 다른 관점을 가졌지만, 인간과 문화에 대한 접근에서는 가족적이라 할 만큼 유사성을 보인다”고 했다.
또한 “쉐퍼는 라브리라는 삶의 공동체적 맥락 안에서 기독교의 진리를 변증하고 복음을 전했다. 그의 사역이 알려지면서 강연 요청을 받고, 강연 내용이 책으로 출판되면서, 그의 변증적 전제와 전략은 활자를 통해서 관념적으로 소개되었다”며 “하지만 쉐퍼를 체계적이고 정합성 있는 기독교 변증가로만 이해하는 것은 전후 맥락이 제거된 문장을 보는 것과 같다. 쉐퍼의 지성적 변증은 라브리라고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족처럼 어울리는 가족적 공동체에 차려진 식탁의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쉐퍼의 사상은 라브리라는 공동체적 삶의 맥락을 주목하지 않으면 온전히 이해될 수 없다”며 “라브리를 통해서 공동체적 전도를 구상하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다. 오늘날 복음전도의 주된 과제는 전도의 은사가 있는 소수 개인에게 의존하는 전도가 아니라 대안적 공동체로서 교회의 매력적인 존재 양식이 곧 복음전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의 선한 상호성을 강조하는 공동체는 매력적일 수는 있어도 전복적이지는 않다. 쉐퍼와 라브리의 사역 또한 공동체적 전도로 볼 수 있다”며 “세퍼는 ‘타락했으나 영광스러운 존재’라는 표현으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했다. 그는 신앙의 의심을 품는 자에게 55분 동안 듣고 질문하며, 5분 동안 기독교 메시지를 말하겠다며 인간에 대한 연민과 존중을 피력했다. 더 나아가 쉐퍼는 기독교의 최종적 변증은 아가페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고, 실제로 라브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용납하고 환대하는 공동체였다”고 했다.
또 “라브리의 사역은 공동체로 사람들을 환대할 뿐 아니라 그들과 나눴던 기독교 진리가 식사와 설거지, 청소, 집안일, 장식, 예술 활동, 육아와 같은 실제 삶에서 생생히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일상에서 초월을 접하게 하는 영적 실재로서의 전도였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 교회에서 영적 실재라는 가치는 주관주의, 신비주의, 기복주의 등에 잠식되어왔다. 매일의 일상과 관계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보다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초월성에 의존하는 인습이 있다. 이는 영적 실재의 약화를 초래한다. 게다가, 한국 사회 전반에서도 신과 종교에 관한 믿음은 크게 하락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술문명과 개인주의의 과잉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개인을 존중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관계와 공동체를 찾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쉐퍼와 라브리의 사역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적실한 전도의 지혜를 제공하리라 본다”고 했다.
이어 “첫째, 인생과 세계에 대한 자연주의적이고 유물론적 설명이 득세하기 때문에 진리의 지성적 변증은 여전히 유효하다. 삶을 형성하는 사상과 문화의 영향을 간파한 쉐퍼의 틀은 전도를 위한 귀한 자산”이라며 “다만, 사상과 삶의 양식이 변화되었는데도 쉐퍼의 내용에만 의존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 말라는 쉐퍼의 의도와도 어긋난다”고 했다.
또한 “둘째, 라브리 사역에서 발견하는 공동체적 전도의 지혜는 오늘날의 상황적 필요에 더욱 부합할 것”이라며 “복음전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공동체들의 공통점이 ‘초대와 환대의 문화’였다는 빌리 그레이엄 센터의 최근 조사는 이를 뒷받침한다(Rick Richardson, You Found Me, IVP). 그러나 공동체 자체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를 떠받치는 영적 실재”라고 했다.
아울러 “셋째, 따라서 필자는 쉐퍼와 라브리 사역에서 지성적 변증과 공동체적 환대, 그리고 영적 실재라는 삶의 전 차원들이 합일된 전도의 교훈을 발견한다. 그것은 너무 익숙해져서 시들어가고 있는, 하지만 다시 발견해야 할 전도의 생명력일 것”이라며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복음을 전파하는 사역은 ‘말과 행위로 표적과 기사의 능력으로 성령의 능력으로’(롬 15:18-19)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