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S 차별금지법 대담 방송과 방심위의 제재

오피니언·칼럼
서헌제 교수의 ‘법창(法窓)에 비친 교회’(12)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최근 한국교회의 공통된 화두는 '차별금지법 반대'이다. 그러나 다수 언론은 국민 여론이 법안통과를 바라는데도 일부 보수 개신교와 정치권이 결탁해서 법안을 막고 있는 것처럼 편향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 이는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언론보도를 옥죄는 동성애 옹호 인권보도준칙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CTS가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비판하는 대담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방송하자 방심위는 이 프로그램이 방송심의 규정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주의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CTS는 소송으로 맞섰고 법원은 CTS의 손을 들어 주었다. 판결의 내용과 의미, 인권보도준칙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 방심위의 CTS 차별금지법 대담프로그램에 대한 주의조치가 위법이라는 판결(2021구합56077)

∎ 사건의 개요

CTS 기독교 TV는 '[생방송] 긴급대담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이를 2020.7.1.부터 3차례 반복하여 방영하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발언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CTS는 사회적 쟁점 또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해당하는 차별금지법안 및 동성애를 다루면서도 출연자를 편향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위 법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고, 법안에 대하여 사실과 다른 일부 출연자의 주장이나 의견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였으므로,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제2항(공정성) 및 제14조(객관성)를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2020.11.9. CTS에 대하여 주의를 명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CTS는 방심위를 상대로 제재조치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 판결의 요지

[1] 방송심의 기준

방송법 제6조 제1항, 심의규정 제9조 제1항, 제2항, 제14조의 입법 취지, 문언적 의미 등을 종합하면, ① '객관성'이란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증명 가능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있는 그대로 가능한 한 정확하게 사실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② '공정성'이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전달함에 있어 편향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③ '균형성'이란 각각의 입장에 대하여 시간과 비중을 균등하게 할애해야 한다는 양적 균형이 아니라 관련 당사자나 방송 대상의 사회적 영향력, 사안의 속성, 프로그램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평하게 다루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④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이란, 사회 구성원의 입장이나 해석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나뉘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된 사안이나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을 의미한다.

[2] CTS 대담 프로그램의 특성

CTS는 기독교의 교리 교육 및 선교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종교전문 채널이며 그 주된 방송목적으로 하고 있는 기독교적 교리와 이념의 전파를 위하여 불가피한 범위 내에서 차별적인 내용의 방송편성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동성애가 성경의 내용에 위배된다는 기독교적 교리에 입각하여 차별금지법안을 비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이에 따라 기독교계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출연자를 선정하여 그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라 보인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의 의도는 처음부터 차별금지법안의 장단점을 제시하면서 일반적인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열려는 것이 아니므로, 그와 같은 목적의 토론프로그램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3] 방송의 공정성(균형성)에 관하여

CTS는 당초 차별금지법에 대한 기독교계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이 대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이고, 그 기획 의도에 맞추어 교계에서 어느 정도 신망이 있는 종교지도자, 행정가, 법률가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유롭게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장만 열었을 뿐, 출연자별로 일정한 대본을 제공하거나 그 밖의 다른 방법으로 개별출연자들의 발언을 획일적으로 통제한 바가 없으며, 아울러 촬영장에 배석한 방청객에는 물론이고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문자메시지 참여 등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출연자들에 대응한 반대 의견이 현출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프로그램이 최소한의 공정성조차 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방송의 객관성에 관하여

이 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출연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한 차별금지법안의 목적ㆍ취지를 토대로, 장차 위 법률안에 따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경우에 국방ㆍ교육ㆍ가정질서 등 여러 사회 분야에 일어날 수 있는 폐단을 예측한 것이라 보이고, 나아가 출연자들이 해석의 기초자료가 되는 차별금지법안의 문언 자체를 허위로 전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출연자들의 발언은 각자의 주관적인 의견에 해당할 뿐이고, 증명의 대상이 되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 것이 아닌바, 설령 발언에 차별금지법안을 과격하게 비난하는 표현들이 다소 포함되어 있다거나 그 비난에 논리적인 비약이 보인다고 하더라도, 발언이 어떠한 사실을 거짓으로 왜곡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객관성 위반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5] 종교적 표현의 자유

이 프로그램은 종교전문 채널에서 동성애를 불허하는 특정 종교의 기본입장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안의 법률적ㆍ사회적 문제점에 관한 주장을 전개한 것으로서 종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실행할 때에는 언론의 자유에 더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까지 아울러 감안하여야 한다.

즉, 종교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등과 더불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이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그 본질적인 내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인바, 이 프로그램은 CTS로서 타협할 수 없는 종교적 이념을 교계의 인사들을 통하여 주 시청자인 교인들에게 전파한 것이어서 그 성질상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종교적 표현행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비록 이 프로그램의 방송내용 중 차별금지법 및 동성애에 대하여 다소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사실관계에 근거한 주관적 평가를 발표한 것이고 기독교계의 교리와 신앙 보호를 위하여 주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주의와 경각심을 촉구하는 취지에서 제작된 것임을 감안할 때, 이를 단순히 방송법상 형식적 공정의무 내지 객관의무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관한 이분법적 판단으로 재단하는 것은 자칫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이상의 관점들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이 프로그램은 방송법상 제재조치의 필요성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 처분의 제재 정도가 과중한지 여부를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동성애 차별금지와 언론보도

이 판결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이다. 첫째, CTS가 기독교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 전문 채널이며 주 시청자가 기독교 성도이고 재정 또한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종교방송 특수성을 고려해 방송의 공정성, 균형성, 객관성의 심사기준을 지상파 종합 방송과 달리 완화해 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동성애를 불허하는 것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기독교의 입장이며 CTS가 이를 바탕으로 동성애 합법화를 위한 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출연진들의 주장을 방송한 것은 종교적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은 이 판결에 지적하듯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입장이나 해석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나뉘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된 사안'에 해당한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독교를 위시해서 보수층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역차별의 악법으로 반대한다.

이런 사인일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균형있는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이른바 「인권보도준칙」을 내세워 2020년 5월 코로나19 확진자인 동성애자가 방문했던 이태원 클럽을 '게이클럽'으로 명시한 국민일보 등 30개 신문사에 '차별과 편견 금지' 위반으로 주의조치를 발령한 바 있다. 인권보도준칙은 한국기자협회가 채택한 보도관련 준칙으로서 제재조항이 없는 자율적 규제임에도 불구하고 신문윤리위원회 판단의 근거로 원용됨으로써 사실상 보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권보도준칙 제8장은 성적 소수자 인권을 정하고 있는데 첫째, 성적 소수자들에 대하여 호기심이나 배척의 시선으로 접근하지 않고 둘째, 성적 소수자를 특정 질환이나 사회적 병리현상와 연결하는 짓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준칙」을 보완하는 「실천 매뉴얼」에서는 각각의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성연애자는 동성애자', '성적 취향은 성적지향'의 잘못된 표현이며 동성애자가 자신을 긍정하고 당당하게 성정세성을 밝히는 의미로 사용하는 '커밍아웃'을 범죄사실을 고백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나아가 '호모, 항문성교, 동성애가 에이즈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도 동성애 비하 표현으로 금지한다.

민주사회의 언론에서는 특정한 사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허용하고 부정적 평가는 통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권보도준칙 제8장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편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다. 이러한 인권보도준칙으로 말미암아 언론사가 스스로 동성애 관련 보도를 기피하는게 현실이다. 신문만 아니라 방송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CTS 판결은 종교전문매체 방송의 차별성과 자율성을 인정함으로써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기독교계가 폭넓은 분야에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법적 뒷받침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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