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경신학회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신반포중앙교회(담임 김지훈 목사) 대예배실에서 ‘마가복음 주해와 설교’라는 주제로 제50차 정기논문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먼저, ‘마가복음의 구약사용’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최승락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신약학)는 “마가복음에서 구약 본문이 두드러지게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인용상의 특징이 두드러지는것도 아니”라며 “마태복음의 경우처럼 일관되게 성취에 중점을 두는 성취 인용 공식 같은 것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가는 특이하게 구약 인용으로 그의 복음서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이는 마가가 구약 본문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특이한 시작과 관련하여 모나 후커(Morna D. Hooker)는 ‘마가복음 1:2~3의 이 한 번의 인용이 마태복음의 모든 성취 인용들 전체에 해당하는 지위를 가진다’고 주장한다”며 “마가복음의 구약 인용은 대체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의 말씀 속에 자연스럽게 구약 본문이 담겨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신약의 다른 책들 속에 흔히 사용되는 ‘일렀으되’ 등과 같은 인용 문구가 잘 사용되지도 않는다”며 “정형화된 도입 문구가 사용되는 것은 마가복음 1:2의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기록된 것과 같이’가 유일하다. 마가복음 속에는 명시적으로 구약을 사용하는 경우와 암시적인 사용이 혼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 마가의 구약 사용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로 증거하고자하는 목적에 이끌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그의 오심은 새 출애굽의 구원자로 오시는 하나님 자신의 오심이다. 그의 임재와 하나님 나라 말씀의 선포는 그 나라에 속하는 사람과 외인을 뚜렷이 구분한다. 그는 구원자로 오심과 동시에 심판자로 오신다”고 했다.
아울러 “마가복음의 구약 인용은 이 분이 어떤 분인지를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기능을 가진다. 그는 구약에 예고된 방식으로 일하시며 우리의 구원을 이루는 분이시다”며 “무엇보다 그는 구약에 예고된 고난의 종의 길을 걸어가신 분이며, 그를 믿고 고백하는 우리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미약하지만, 세상을 뒤집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신다. 그 속에 강력한 생명력과 활동력을 가진 하나님 나라의 씨는 세상 속에서 세상을 뒤집는 힘(subversive power)을 가진다. 지금은 교회가 이 힘을 누리고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마가복음의 속죄 신학 - 10장 45절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대훈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신약학)는 “마가복음에는 예수의 수난 예고가 세 번 등장한다(막 8:31-33; 9:31-32; 10:32-34)”며 “10장 45절은 세 번째 수난 예고 직후에 등장하는 35-44절과 한 단락이다. 45절을 새로운 주제를 시작하는 구절이 아니라 35-44절의 결론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독자는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는 10장 45절을 세 번째와 마지막 수난 예고와 연결하고 제자도의 모본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가복음 10장 45절은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이다.
강 교수는 “마가복음 10장 45절의 서사적 위치와 구약 배경을 고려할 때, 본문에 나타난 속죄 개념의 신학적 의미는 먼저, 마가복음 10장 45절에 나타난 속죄 개념은 강한 자가 희생하는 위치로 낮아지는 것”이라며 “나라와 권세를 받는 지극히 강한 자가 그의 백성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대속물로 주는 것이 마가복음 10장 45절이 묘사하는 속죄의 논리이고 제자도의 모본”이라고 했다.
또한 “둘째로 마가복음 10장 45절에서 예수의 대리 속죄는 ‘많은 사람’의 회복을 목표로 삼는다”며 “예수께서 가지고 오신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그의 희생을 통해 절정에 이른 것처럼,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제자들의 희생을 통해 확장된다. 본문 10장 45절 이후 예수는 권력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주변부에 속한 사람을 치유하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가복음 10장 45절에는 속죄 신학이 강하게 함의된다. 예수께서 대속물이 되신 개념은 1세기 당시 유대인들뿐 아니라 그리스-로마의 독자들이 기대하고 추구하는 이상과 확연히 달랐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은 두 문화에서 덕목이었지만 강한 자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해방하는 수단으로 죽음에 이르는 것은 누구든 수용하기 어렵고 회피하고 싶은 길이었다”며 “‘나를 따르라!’라는 부름을 받은 제자와 공동체는 예수께서 보여주신 대속물의 삶을 은유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사람들을 회복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세 번째로 ‘마가복음의 제자도, 씨뿌리는 비유와 함께 읽기’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지혜 교수(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신약학)는 “4장의 씨뿌리는 비유와 함께 읽는 마가복음 8:22~10:52의 제자도 메시지는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쫓으라는 예수님의 부르심의 말씀을 거리낌없이 수용하고 순종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제자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가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뿌려진 씨앗과 같다라고 말씀하신다”며 “고난과 박해의 돌에 맞닥뜨린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는 고난이 가지는 바,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어지는 연단의 과정으로서의 의미를 기억하고 그 고난에 기쁨으로 참여할 것을 권고한다. 또,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기타 욕심의 가시 떨기에 막힌 제자들에게는 현세와 내세의 약속을 기억하고 제자의 길을 걷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주를 따를 것을 권면한다”고 했다.
그는 “분문의 제자도의 말씀은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은혜임을 강조한다”며 “예수님께 직접 부르심과 사사를 받은 열두 제자 마저도 길가에 앉은 맹인과 같이 영적 소경됨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눈을 뜨고숨겨진 하나님 나라를 밝히 보게 되는 것은 선하신 하나님의 불쌍히 여기심을 받을 때만 가능함을 강조한다”고 했다.
아울러 “여전히 소경된 우리의 모습을 가지고 긍휼함을 구할 때에 다시 한번 만져주시고 눈을 열어 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이야기한다”며 “하나님만이 제자들로 하여금 모든 것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는 이 길을 걸어가도록 하실 수 있다. 낙타가 바늘 귀를 지나가는 일이 일어나게 하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