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6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C. S. 루이스에게 배우는 정감적 전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루이스는 스스로 전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전도는 통념적인 전도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그는 낯선 이에게 다가가서 일대일로 복음을 제시하거나, 주변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도구 삼아 전도하는 전략도 취하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기독교 신앙에 관해 말하는 데 조심스러워했다”고 했다.
이어 “루이스 주변의 사람들은 그가 특별히 기독교 신앙인의 티를 내지 않았다고 회고한다”며 “그는 사람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예비적 복음사역(Preparatio Evangelica)이라고 일컬었다”고 했다.
그는 “루이스는 전형적인 지성적, 논증적 전도자로 간주될 것이다. 그는 설득력 있고 예리한 논리로 기독교 신앙의 타당성을 드러냈다”며 “그의 도덕률, 소망 충족, 삼자 택일 등의 논증 방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제시를 위한 길을 예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루이스의 책을 읽고 기독교 신앙으로 나아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루이스의 전도적 영향력은 그의 지성적 논증에만 의존할까? 기독교로의 회심 이후 그가 겪은 인생관과 인간관계의 변화는 그의 신선한 변증 논리보다 더욱 의미심장하다”며 “그는 회심 이후 풍성한 인간관계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믿음과 기도의 삶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성경을 진지하게 읽으며 자신의 ‘참된 인격’과 화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루이스의 회심 이후는 겸손과 용서의 삶이라고 평가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루이스는 인생 전반기에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매우 적었으나, 회심 후에 풍성하고 친밀한 우정을 즐겼다고 한다. 그 자신의 표현처럼 그의 ‘외향성은 믿고 기도하는 일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흔한 표현대로 나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한 조사에 의하면, 비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 신앙에 관심을 보이게 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그리스도인들의 타인에 대한 돌봄과 관심이고, 그다음으로는 신앙으로 인한 행복감이라고 한다”며 “루이스가 회심 이후 경험한 다른 이들과의 유의미한 관계나 새로운 행복은 그의 전인적인 복음사역을 위한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루이스의 기독교 변증은 마음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갈망을 충족시키는 방향성을 지녔으며, 이를 논리와 설명뿐 아니라 이미지, 상징, 내러티브, 그림 언어로 전달한다”며 “진리와 행복을 찾아가는 그의 치열한 경험은 이와 같은 복음 변증의 추진력이 됐다. 그는 어린 시절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갈망(Sehnsucht)이 충족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이어 “형 워렌이 양철통 뚜껑을 이끼로 덮고 잔가지와 꽃들로 장식한 장난감 숲을 보여줬을 때 그는 마치 천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듯했다”며 “또한 그는 마을의 초록빛 언덕의 능선을 보며 아득히 닿을 수 없는 곳을 동경하기도 했다. 루이스 자신은 어릴 때 종교적 경험을 거의 못 했지만 이처럼 장난감 정원과 초록빛 동산을 통해서 지고한 삶을 향한 미적 경험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루이스의 정감적 호소는 그의 회심 경험과도 연관성이 있다”며 “예기치 못한 기쁨에서 그는 사이드카를 타고 런던 북쪽 윕스네이드의 동물원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를 인격적 구주로 영접했다고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새신자들을 교육시킬 때 처음부터 교리학습을 시키지 않고,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신앙의 덕목을 나누고, 학습자들이 변화된 삶을 시도하고 경험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며 “초기 교회는 인간의 생각이 변화되어서 행동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변화된 생각의 삶을 경험하고 체득해야, 그들의 생각도 변화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오늘날 새신자 교육에 어떠한 교훈을 줄까? 루이스의 복음사역이 상상과 내러티브를 동원한 정감적이었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고 설명해서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기독교 신앙의 미적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전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명제화된 복음제시만이 아니라, 숲속에서 창조주의 숨결을 느끼고, 음악과 미술을 통해서 (CCM이나 성화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재능을 음미하고, 영화나 문학을 통해서 삶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 대화와 즐거움의 식탁을 통한 용납과 환대가 복음을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루이스도 회심 이후 주위 사람들과의 일상적 관계에서 더욱 겸손하고 진실해졌다”며 “기독교 신앙의 매력을 제시하는 그의 방식은 지성적 변증과 더불어 정감적 접근이라는 두 바퀴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라고 강력하게 권유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긍정적인 삶과 문학적 상상의 표현을 통해서 복음이 사람들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가게 했다”며 “신앙으로의 귀의가 종교적 클리셰와 관습에 갇히는 삶이 아니라, 예술적이고 생태적인 감수성이 더욱 풍성해지고 진실하고 유연한 인간관계를 누리는 삶으로의 초대라면 그것이야말로 긴 호흡의 견고한 복음전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