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월 27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육감직 상실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조 교육감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이 판결문에 “권한을 남용하고 교원 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적시한 범죄 사실이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에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을 불법 채용한 혐의로 고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감사원이 조 교육감의 비리 혐의를 고발하자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대상 1호로 삼아 2021년 12월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 건을 감사원으로부터 이첩받아 기소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사실 입증에 확신이 있었다는 뜻이다.
조 교육감이 특별 채용한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5명은 선거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교사에서 해직됐다. 서울시 교육감이 이런 이들을 특별 채용하려 한다고 교육계에서 뒷말이 많았다. 이들 중에는 2018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가 조 교육감을 지지하고 중도 사퇴한 사람도 있어서 그 대가성이 아닌가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번 1심 재판부가 그런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채용심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본 건 조 교육감 비서실장이 심사위원들에게 잘 봐달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다.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5명을 특별 채용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겉으론 공개경쟁인데 이미 내정해 놓고 절차에 꿰맞추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부교육감을 비롯해 국장, 과장 등 실무자들이 위법이라며 반대했지만 조 교육감이 강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공개경쟁 시험에서 특정인을 봐주라는 식으로 심사위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건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는 서울시 교육감 첫 임기 중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2015년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 원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2심에서 벌금 25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교육감 직을 유지했다. 그런 그가 반성하고 자중하기는커녕 단일화를 미끼로 교사를 채용하는 불법에 개입했다면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저버린 것이다.
조 교육감의 전임자인 곽노현 전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 후보가 사퇴하는 대가로 2억 원을 줬다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교육감 직을 상실했다. 이번 조 교육감의 경우도 특채가 단일화의 조건이었고, 채용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상급심에서 다른 판결이 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조 교육감이 1심 판결 직후 즉시 항소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아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 대법원 판결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티려는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겠나. 문제는 서울시 교육정책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보궐선거라는 혼란과 비용 낭비까지 서울시민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점은 처음부터 예고돼 있었다. 2018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에 직원을 부당 채용한 혐의로 감사원이 고발해 공수처에서 조사받고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으면 최소한 은인자중했어야 옳다. 그런데 재판을 받는 중에 2022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다시 뛰어들었다.
서울시의 교육 미래에 심대한 악영향을 초래한 당사자가 조 교육감이라면 그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긴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들러리들이다. 이들은 서로 ‘도토리 키재기’식 이전투구를 벌이다 조 교육감에게 연거푸 서울시 교육감 자리를 헌납했다.
섣부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서울시 교육감을 다시 뽑아야 하는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다. 그런 가정 하에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면 백전백패할 게 뻔하다. 진보 진영이 책임을 통감하는 의미에서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보다 제2의 조희연을 내세워 보수 난립을 틈타 다시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
부정한 방법으로 교육감에 당선됐다가 재판을 받고 수감된 곽 전 교육감에 이어 세 번 내리 교육감에 당선된 조 교육감이 재임 중 두 번씩이나 재판에 회부된 건 그 자체만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진보교육계에도 있다.
그런데 진보 후보에 교육감을 갖다 바치게 될 걸 알면서도 끝까지 ‘나 아니면 안 돼’ 식 오만에 사로잡힌 보수 후보들 역시 자격이 없다. 동성애·젠더이념에 물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따지고 보면 이들이 ‘이전투구’를 벌인 그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서울시에만 미래 세대를 짊어질 학생 수가 90만 명을 헤아린다. 서울시 교육감이란 자리는 이들이 바른 인성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고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실로 막중한 자리다. 그런 만큼 엄격한 도덕성과 함께 교육자로서 높은 인격과 품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런 공적인 위치를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활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자격상실이다.
조 교육감 측이 재판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맹점을 이용하려 들면 그 피해는 아무 잘못이 없는 청소년과 그 부모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판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조 교육감 본인 스스로가 무엇이 옳은 길인지 결단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