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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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모(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분자유전학-약리학교실 교수)
류현모 교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인간을 이성, 의지, 욕망의 세 영역으로 구성된 존재로 보았다. 진리를 추구하는 능력인 이성, 선을 추구하는 능력인 의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능력인 감성의 진선미는 서양철학에서 인간이해의 중심 주제가 되었다. 그 중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이성의 능력을 연구하던 부분은 어떻게 지식이 가능한지 밝히는 철학의 인식론으로, 선을 추구하는 의지의 능력을 연구하던 부분은 윤리학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감성의 능력을 연구하던 부분은 미학과 예술로 발전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주제 중 뒤쪽에 있을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동물적 속성에 가까우며, 앞쪽에 있을수록 가려져 있고 신적인 속성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 진리를 진선미 중에서 가장 앞자리에 두었다. 많은 학교의 교시 혹은 교훈 속에 진리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공부하고 학문을 익히는 것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리는 나의 빛”, “진리를 알고 옳게 생각하여 바르게 행하자” 등 배움의 길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진리란 꼭 찾아야 될 목표인 것이다.

사전에서는 진리를 1) 참된 이치 또는 참된 도리, 2) 사실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명제나 논리의 법칙에 모순되지 않는 바른 판단이라 정의하고 있다. 두 번째 정의는 참 혹은 거짓을 선택하는 진위형 문제에서 참인 명제를 찾을 때의 정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추구해야 할 궁극적 목표를 말하는 것이라면, 첫 번째 정의에 더 가까울 것이다. 공자는 이를 ‘도, 道’라고 표현하면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朝聞道夕死可矣) 할 만큼 진리를 알고 싶어 했다.

진리가 모든 배움의 목표라면, 모든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추구할 방향성을 제공하는 “절대 진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범신론이나 다신론 종교에서는 다양한 신으로부터 유래하는 다양한 상대적 진리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본주의나 마르크스주의 같은 무신론에서는 유물론적 진리를 주장하면서, 진리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진화한다고 말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절대 진리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다신론, 범신론 종교와 모든 무신론에서는 진리가 상대적이며 변화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반면 유대-기독교-이슬람의 일신론 종교에서는 절대적인 신이 있고 그 신으로부터 계시된 절대 진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 종교의 진리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르다. “진리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예수님께서 빌라도의 심문을 받던 중에 자신이 진리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이 땅에 오셨음을 밝혔을 때 빌라도가 반문한 말이다(요18:38). 예수님은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셨고 빌라도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잡히시기 전에 제자들 앞에서 도마의 질문에 대해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요 14:6)라고 하시며 스스로 진리임을 명백히 하셨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예수님을 신성 모독하는 이단의 괴수로, 이슬람에서는 선지자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규정하면서 예수님이 진리이심을 부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공교육이 진리를 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근대 민족주의 국가의 탄생 이래 공교육은 국민교육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진리의 추구보다는 국가에 충성하는 국민의 양성을 지향한다. 일본의 황국신민교육과 미국의 실용주의 국민교육에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역시 좋은 국민을 양성하기 위한 상식교육, 입시교육이 공교육의 목표가 되었다.

대학교육 역시 실용주의에 빠져 취업교육으로 흐르고 있어서 참된 진리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부족하다. 대학 신입생들의 교양을 위한 추천도서는 무신론자들의 베스트셀러로 가득 차 있다. 다윈, 도킨스, 세이건, 하라리 등의 유사 과학자들과 칸트, 루소, 마르크스, 니체, 푸코 등의 무신론 철학자들의 책이 필독서로 추천되고 있다. 세상에서의 명성이 그들의 주장을 진리처럼 보이게 하지만 그 주장은 일리가 있을 뿐 진리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외에 다른 복음이 없는 것처럼 그 외에 다른 진리는 없다. 세상의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사람이 주장했다 하더라도 절대 진리이신 그리스도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진리가 아니다. 절대 진리만이 타락한 인간을 하나님과 화해시키고 죄의 사슬에서 해방시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명확히 알고 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책이든 분별하면서 읽을 수 있다. 확고한 진리의 반석위에서 흔들림 없이 세상의 다양한 학문들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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