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성소수자 그룹으로 알려진 ‘라이오네시스’의 신곡 ‘잇츠 오케이 투 비 미’(It’s OK to Be me)에 대해 당초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가 다시 방송 적합 판정으로 정정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계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연일 비판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단체들도 MBC 사옥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서 이런 분위기가 교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계가 이 그룹이 발표한 노래에서 문제 삼은 건 두 부분이다. 첫 부분은 ‘난 기적, 비 온 뒤 저 무지개는 또 내 이명. 세상을 구하는 걸로 치면 내 맞선임은 Jesus. 난 밤을 비추려 밝게 켠 달, 왕관의 무게를 견디련다’라는 것과 ‘난 태초부터 게이로 설계됐어. 내 주께서 정했어. Uh, Next one is, QUEEN ROOYA 나는 질문이자 곧 답이야’라는 부분이다.
성소수자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니 자기들 식으로 동성애를 미화한 것이라 하더라도 기독교인이 듣기에 불편하고 지나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런 걸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그건 폭력에 가깝다. ‘세상을 구하는 걸로 치면 내 맞선임은 Jesus’ ‘난 태초부터 게이로 설계됐어. 내 주께서 정했어’라는 부분은 하나님을 대놓고 모독함으로써 기독교인 전체를 비하 조롱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그런데 정작 교계를 부글부글 끓게 한 건 동성애자 그룹이 부른 ‘동성애 찬양가’가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뻔히 알면서 이런 노래를 ‘방송 적합’으로 판정한 공영방송 MBC의 처사다. 성소수자들이 자기들과 뜻이 맞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연하면 이런 노래를 부른다고 한들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이란 특정한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전체 국민을 위한 공기(公器)다. 그런 방송사에서 이런 노래를 ‘방송 적합’ 판정을 했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MBC도 이런 문제들을 충분히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처음 차제 심의 과정에서 ‘방송 부적합’으로 판정한 게 무얼 의미하는가. 그래놓고 무슨 이유에선지 내부적으로 재개한 재심에서 ‘방송 적합’으로 판정을 뒤집었으니 온갖 의혹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 음반 제작을 성소수자들을 후원하는 모 단체와 특정 성소수자 모임이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들 단체와 MBC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의식적으로 반기독교적인 가사를 섞어 동성애를 추앙한 이런 노래를 방송 ‘부적합’에서 ‘적합’으로 뒤집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교연이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MBC의 처사를 “폭력이고 만행”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교연은 “MBC 방송의 궁극적인 목적이 기독교를 조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위와 부합하는가. 이런 불온한 가사의 노래를 방송 적합하다고 하면 국민은 무조건 청취하고 시청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교총도 하루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 곡은 단순히 동성애를 옹호하며 노래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수천 년간 기독교회가 구세주로 믿어온 예수 그리스도를 반대자의 선임 정도로 취급하며 비하하고, 게이인 자신을 예수의 후임으로 내세웠다”며 날을 세웠다. 또 “태초부터 게이로 설계하고 정하였다고 함으로써,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나 타락한 인간들이 은혜로 회복됨을 믿는 교리를 왜곡하여 기독교인의 믿음을 희화화하고 능욕했다”고 힐난했다.
교계는 MBC가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 교리를 비꼬고 비하하는 내용의 노래를 방송하기로 한 것이 국회에서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교총은 MBC가 동성애 노래를 옹호하는 것을 들어 ‘차별금지법’의 해악을 언급했고, 한교연은 MBC가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혐오하는 집단인양 매도하는 편파방송을 해온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차별금지법’이 있음을 의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일부 의원 주도로 발의된 ‘차별금지법’(평등법)은 아직 소관 법사위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된 게 기독교 보수진영의 극심한 반대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를 MBC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공중파가 해 왔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는 보도 태도로 인해 한국교회는 마치 사회적 약자를 폄하하고 혐오하는 집단인양 매도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보호를 목적으로 역차별과 대수의 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란 점을 누차 지적해 왔다. 그러나 기독교계의 이런 외침에 대해 어느 공중파도 귀를 기울인 적이 없다. 기독교 뿐 아니라 반동성애 관련 시민단체들이 주말에 도심에서 수만 명씩 모여 집회를 해도 단 한 줄의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는 이런 편파적 보도 태도가 기독교를 대놓고 비하하는 노래를 수단화하는 데까지 이른 건 아닐까.
한교연은 이와 관련해 “우리는 동성애를 차별 혐오한 적이 없다. 성경에 근거해 옳은 건 옳다 그른 건 그르다고 했다”고 적시했다. 한교총도 “비하하거나 차별하거나 그들의 사회적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동성애를 처벌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으며, 취업과 사업 등에 제한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동성애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가치라고 여기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지금으로선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MBC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대로 가라앉을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끝까지 고집해 철회하지 않으면 한교연이 성명에서 언급한대로 “1천만 기독교인들과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교계에 받아들여 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책임이 누구에겐 있건 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MBC가 처음 심의 때 스스로 결정했던 대로 ‘방송 부적합’으로 되돌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