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기분 좋은 뉴스가 거의 모든 매스컴을 장식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조사에서 6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미국 US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을 포함한 국가 영향력 등을 설문 조사해 순위를 매겼는데 한국은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등에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국가 1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뒤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2·3위로 집계됐다. 그런데 거의 모든 언론이 한국이 8위를 기록한 일본 보다 두 계단이나 앞섰다는 점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에 이 부문에서 8위를 기록한 바 있어 1년 사이에 두 계단을 뛰어넘어 일본에 앞선 건 사실이다.
다만 한국이 기록한 6위는 군사력과 경제력, 외교력 등 일부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지 종합적인 순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언론이 한국이 일본에 앞선 것만 앞다투어 강조하는 모양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건 USNWR이 평가한 종합 순위에서는 한국이 20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뛰어넘은 것으로 보도된 일본은 종합 순위 6위를 기록해 우리보다 14계단이나 앞섰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일본을 이겼다는 식의 보도는 어찌 보면 낯 간지러운 자화자찬에 가깝다.
물론 한국이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분야에서 세계 6위를 기록한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한국의 힘과 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일부만을 따로 떼 전체인양 포장하는 건 공정한 보도라 할 수 없다.
이런 순위도 있다. 2022년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발달한 국가 베스트 10’을 꼽았는데 우리나라가 3위를 차지했다. 세계디지털경쟁력보고서의 자료와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혁신순위를 활용해 기술 선진국을 선정하고 순위를 매긴 결과라고 한다.
1위는 미국이, 2위는 스위스가 차지했다. 한국은 1960년대 저개발국에서 21세기 세계 주요 강국으로, 그리고 높은 수준의 혁신으로 계속 성장해 개발 도상국들에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순위가 말해주듯 한국은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그중 디지털 기술 강국 국민으로서 갖는 자부심 중 하나가 초고속인터넷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 놀라는 것 중에 첫 번째가 버스, 지하철 등 어느 곳에서나 터지는 와이파이와 엄청나게 빠른 인터넷 속도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우리가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이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였던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경쟁력이 1~2년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30위권으로 추락했다는 통계자료가 해외에서 나왔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 테스트’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평균속도는 다운로드 기준 171.12Mbps로 34위로 집계됐다. 2019년 2위에서 2020년 4위, 2021년 7위로 내려온 뒤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은 실제로 인터넷 속도가 느려졌다는 반응이다. 이러다 인터넷 강국의 지위까지 흔들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이룬 경제 성장은 전 세계인에게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유엔의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 한국이 21세기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으니 ‘기적’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삶의 질을 개선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나라에 사는 국민이 다 행복한 건 아니다. 지난해 3월에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크워크(SDSN)가 ‘2022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행복지수는 149개국 중 59번째를, OECD 37개국 가운데서 35위를 기록했다.
배고프고 가난한 시절에는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가 삶의 가장 큰 목표였다. 가난을 대물림할 수 없어서 부모 세대는 자식을 공부시키고 출세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래서 기적적으로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됐는데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은 도리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혹자는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 국민 삶을 편안하게 하고 우리 사회에 특권과 반칙이 사라지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돌아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분열은 국민의 희망까지 앗아간다.
그러나 정치가 바로 선다고 국민이 행복할까. 행복은 마음의 그늘이 없는 평안한 상태에서 찾아온다. 그 마음을 정치 또는 경제, 문화가 어느 정도 채울 순 있어도 대신할 수는 없다. 그건 신앙 즉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올라서고, 경제 대국에 정치까지 안정된들 국민이 행복하다 느끼지 못한다면 그 원인의 일정 부분이 한국교회에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혹시 한국교회조차 등수 순위경쟁에 매몰돼 국민의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새해 한국교회가 더욱 깊이 유념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