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되고, 한국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생명의 존엄성을 정치 이슈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낙태나 안락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부분의 시민은 대통령 후보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어느 대통령이 생명의 존엄성을 더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표를 찍는다. 왜냐하면 언제 자신이 그 생명경시의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생명이슈에 대해 정치인도 관심 없고 국민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언론도 이를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교회나 시민단체도 이 부분에 대해 잠잠하다. 그러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낙태천국, 자살공화국, 저출산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와 교인들이 미국보다 적어서가 아니라, 구슬을 꿰는 사람과 기관이 없는 것이다. 이제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국회와 정부를 장악하고, 차별금지법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생명운동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표이다.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생명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복음주의 진영의 한국교회가 하나로 뭉쳐서 일사분란하게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마침 복음주의 사회운동체인 로잔대회가 14년 만에 내년에 인천송도에서 열리기 위해 전국의 복음주의 교회가 연합을 꾀하고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사회참여를 하나님의 선교의 일환으로 옹호하는 로잔언약은 우리에게 얼마든지 신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2023년은 생명의 위기의 해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입법이 되지 않으면 낙태의 무법천지가 고착화될 것이며,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는 고조되고, 의사조력자살을 합법화하려는 입법시도가 진행되고, 동성애와 젠더에 대한 잘못된 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 시행되고, 자칫하면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최악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은 있다.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살아계신 주님의 불을 받아, 훨훨 타오르는 불길이 되어 생명을 살리는 성령의 역사를 이루는 길이다. 1903년 원산대부흥운동의 120주년을 맞아 먼저 한국교회가 생명 회개운동을 펼쳐나가기를 제안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 인구수에 비길 만한 5천만 명 이상의 아기들이 낙태로 죽어갔으며, 우리의 보살핌의 부족으로 자살한 수백만 명의 죽음, 그리고 진즉에 막아내어야 했을 세월호,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까지 우리가 지켜내지 못했음을 한국교회와 우리 모두가 주님 앞에 회개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뒤늦긴 했지만 이러한 자각으로 출범한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사단법인 프로라이프,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바른인권여성연합 등의 기독교생명운동단체들이 함께 결속하며 여기에 한국교회가 힘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로잔운동 산하에 생명위원회를 두어 새로운 이슈가 나올 때마다 발 빠르게 기독교적 대안을 제시하며, 아울러 이를 각 교회 강단에서 선포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생명윤리교육이 신학교에서 이루어져 올바른 생명윤리 가치관을 가진 목회자를 배출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합동신학대학원의 예처럼 각 신학대학원에서는 미달사태를 맞이한 목회학석사과정의 정원을 이용하여 기독교생명윤리석사과정을 개설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고,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지금이라는 얘기처럼,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 생명운동을 새롭게 시작할 적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3년, 한국 기독교 생명운동의 원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박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