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상으로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5명

사회
'나눔의 집' 고인 흉상 제작.."치욕의 역사 반복되지 않길"

광복 66주년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다섯 분이 흉상으로 제작돼 우리 곁에 돌아왔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다가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났던 분들이다.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에 있는 나눔의 집 앞마당에는 흉상 다섯 개가 설치됐다.

나눔의 집에 거주하다가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 고 김학순·강덕경·김순덕·문필기·박두리 할머니 등 5명의 생전 모습을 청동 흉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60ⅹ50ⅹ70㎝ 크기의 좌대에 올려진 흉상은 옷고름 윗부분을 높이 50~60㎝ 정도의 실물 크기로 재현했다.

이제라도 눈물을 멈추고 고통을 잊으라는 듯 흉상 속에 할머니들은 곱게 빚은 머리에 편안한 표정이었다.

흉상으로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경기광주=연합뉴스) 광복 66주년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읍 원당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앞마당에 수치심을 무릅쓰고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지만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한을 품고 돌아가신 김학순.강덕경.김순덕.문필기.박두리 등 5명의 할머니의 흉상이 세워져 봉사 나온 학생들이 할머니의 얼굴을 깨끗하게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공동협력사업 기금을 지원받아 조작가 이행균(46)·안치홍(42)씨에게 제작을 맡겼다.

할머니들의 평소 사진을 바탕으로 생존자들의 옆 모습을 응용했지만 5명의 흉상을 동시에 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1997년부터 나눔의 집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온 두 작가는 자원봉사하다시피 제작에 매달렸다.

안 작가는 "과거의 아픈 모습을 표현하면 (저 세상의) 할머니들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 편안한 표정에 건강한 모습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며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할머니의 영혼을 추모하는 의미를 작품에 불어넣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섯 할머니의 생전 대일 투쟁 활동은 흉상 좌대 석판에 역사로 기록됐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김학순(1924~97) 할머니는 1991년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한다"며 국내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흉상으로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경기광주=연합뉴스) 광복 66주년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읍 원당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 앞마당에 수치심을 무릅쓰고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지만 공식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한을 품고 돌아가신 김학순.강덕경.김순덕.문필기.박두리 등 5명의 할머니의 흉상이 세워져 봉사 나온 학생들이 할머니의 얼굴을 깨끗하게 하고 있다.

나눔의 집에서 그림을 배운 강덕경(1929~97) 할머니와 김순덕(1921~2004) 할머니는 각각 '빼앗긴 순정', '못다핀 꽃' 등의 그림으로 피해자의 한과 고통을 세상에 알렸다.

문필기(1925~2008) 할머니는 용기 있는 국내외 증언활동으로 2000년 국제인권변호인단 인권상을 받았고, 박두리(1924~2006) 할머니는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청구한 2000년 관부(關釜)재판의 원고인단으로 참가했다.

나눔의 집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광복 66주년 및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개관 13주년 기념식과 흉상 제막식을 연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다시는 치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제 만행을 고발하고 역사 인식을 고취하는 추모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명이 거주하고 있다. 평균 나이 86살로 후유증과 지병에 시달리면서도 일본대사관 수요집회와 증언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위안부 #일본사죄 #인권유린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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