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과 예배의 자유(下)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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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헌제 교수의 '법창(法窓)에 비친 교회'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지난 3년간 한국사회는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역병과 싸워왔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조치는 한국교회가 누려온 (대면)예배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를 야기하였고 이에 반발한 교회들이 방역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집합제한(대면예배금지)조치의 법적 근거

대면예배 금지조치의 법적 근거는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도록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이다. 이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3월이내의 기간을 정해 운영중단을 명할 수 있고 이 명령을 받고도 운영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코로나 공포를 빌미로 감병병법을 수차례 개정하여 법위반시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교회를 폐쇄하거나 십자가와 교회 간판을 내리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하였다. 심지어는 예배를 강행하는 목사들과 참석자들에게 생물테러범들에 준하는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고 손해액의 수배에 달하는 징벌배상금을 물리려는 법안도 제출되었으나 한교총과 교회법학회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저지한 바 있다.

종교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

제1회 기고에서 소개한 판결 1,2는 현장예배 금지가 종교의식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식의 장소와 방식 등의 일부 형식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내면의 신앙의 자유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과 기독교인도 국민인 이상 국가법률을 준수할 의무를 진다는 점을 주된 논지로 한다. 특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현장예배 제한 조치는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배려하려는 목적의 것으로 종교자유의 침해가 아니며 오히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종교의 본질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대면 예배만이 올바른 예배라는 생각은 왜곡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종교자유 침해라는 판결

제2회 기고에서 소개한 판결 3은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한 소규모 종교단체의 경우에는 집합제한조치로 종교자유의 본질적 침해가 되며 다른 다중 이용시설과 형평상 19인 이내의 예배는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판결 4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독교 교리상 대면예배가 진정한 예배라는 점에서 비대면 예배만을 허용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이며,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우울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하는 심적 위안이나 마음의 평화가 음식점 등 다른 생산필수시설이 제공하는 기능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이유가 없으므로 특히 교회의 대면예배만을 금지하는 차별조치는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보았다.

판결의 변화

그동안 ‘대면예배 금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서는 상당수 재판부가 이미 금지처분이 해제됐다는 이유로 각하하거나, 여전히 방역상 필요성이 있다며 기각 판결을 내렸지만 판결 3,4에서는 대면예배 전면금지의 헌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생산시설과 종교시설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하여 그 입장을 바꾸었다. 아마도 코로나의 공포에 온 나라가 사로잡혔던 초기에 비해 코로나가 독감과 같이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 수준의 감염병이라는 분위기 변화가 판결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러한 대조적인 판결들은 결국 종교의 본질이 무엇인가, 무엇이 진정한 예배인가, 교회의 예배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다른 필수시설에 비추어 어느 정도 중요성을 가지는가에 대한 각 재판부의 엇갈린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남아있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코로나 사태와 교회의 대응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정부의 현장예배 금지조치에 대해 각 종교의 대응은 판이하였다. 불교는 물론이고 성찬을 중심으로 예배가 드려지는, 그래서 예배의 현장성이 강조되는 가톨릭교회조차 정부의 조치에 그대로 순응하여 온라인으로 전환하였다. 오직 코이노니아로서의 예배를 중시하는 소수의 기독교 교회들만 정부 조치에 대항하여 현장예배를 강행함으로써 교회 폐쇄조치, 벌금부과, 소송제기 등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서는 주로 유대교 회당들이 대면예배를 고수하였다고 한다.

대면예배금지에 저항한 교회들은 대형교회들이 쉽게 온라인 예배를 수용함으로써 예배의 본질을 포기하였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온라인예배를 예배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신학적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교인들간의 인격적 만남이 없는 예배로 인해 믿음공동체로서의 한국교회가 입은 손실은 너무나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독교에 호의적인지 않은 언론을 위시한 일부 국민 여론은 교회들의 현장예배 고수를 국민의 안전을 외면한 이기적인 행동으로 매도하여 한국교회가 큰 상처를 입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와 예배의 자유

법적인 차원에서 볼 때 정부의 대면예배 금지조치는 아무리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예배는 생명이요 호흡이라는 기독교 신앙을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교회 고유의 영역인 예배의 방식을 국가기관이 임의로 비대면예배와 대면예배로 나눈 다음 그 중 비대면예배만을 허용함으로써 헌법상 정교분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대면예배가 비대면 예배에 비해 코로나 전파위험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교회는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2미터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하여 대면예배를 통해 코로나가 다른 일반적인 모임보다 더 확산되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뉴욕주의 유대교 회당에 대한 예배제한 조치 사안에서 “전염병이 전세계를 강타한 와중에도, 헌법은 경시되거나 잊혀질 수 없다. 본 사안의 쟁점이 되고 있는 집합제한은, 많은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음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의 영역을 침해한다”고 판결한 것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맺는말

지난 50년간 한국교회는 엄격한 정교분리와 종교의 자유라는 보호막 안에서 어떤 외부적 간섭도 받지 않고 놀라운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종교인과세로부터 시작하여 동성애 합밥화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가정의 해체를 겨냥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기독교 사학의 뿌리를 잘라버리려는 사학법 개정, 일부 종교인들의 현실정치 참여 등 일련의 현상은 이제 교회가 세상과 분리된 울타리 안에서 안주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의 창궐이 교회의 존재근거인 예배를 제한하는 상황에 이르면서 과연 예배란 무엇인지, 예배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아가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온라인 예배를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할 것인지, 4차원 가상세계가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MZ세대들의 활동무대인 메타버스를 교회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라는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교회지도자들이 교권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향해 불어오는 이러한 거센 바람들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끝)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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