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 이어 시신 기증… 마지막 염원 이루며 가족들과 아름다운 이별

본부 근조기가 세워진 故 박은주 씨의 빈소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11월 9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 故 박은주 권사(83세, 여)가 임종 직후 각막기증으로 시각장애인 2명에게 생명의 빛을 선물한 데 이어 11일에는 의학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삼 대가 품은 생명나눔을 향한 아름다운 마음

지난 9일, 강남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은주 권사의 빈소에는 생전 고인이 붙들었던 시편 46편의 말씀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구절이 펼쳐진 성경 옆으로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본부의 근조기가 놓였다.

빈소를 지키며 생전 고인을 추억하던 둘째 딸 김희정 씨(54세, 여)는 평생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온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자녀들이 한 마음으로 각막과 시신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17년 전, 故 박은주 권사는 출석하던 사랑의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같은 날, 고인 뿐 아니라 자녀들과 어린 손자에 이르기까지 삼 대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며 오래 전부터 온가족이 함께 생명나눔에 대한 뜻을 품었다. 고인의 임종 직후 자녀들은 생전 장기기증을 통해 환자들을 돕고 싶어 했던 박 권사의 유지를 이어가고자 각막기증과 시신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고인의 각막기증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이루어졌고, 시신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되었다. 딸 김 씨는 “어머니의 나눔이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기적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의학 발전에도 큰 밑거름이 되어 후대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뜻깊은 일이 되길 바란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940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故 박은주 권사는 사십 여 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사남매를 키워야했던 녹록하지 않은 형편에도, 굳은 믿음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박 권사는 병세가 악화되기 직전까지 사랑의교회를 섬기며 성경백독을 완주하는 등 신실한 신앙생활을 이어왔으며,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해 2월 췌장암 말기로 시한부를 판정받은 순간에도 박 권사는 절망하기 보다는 천국을 소망하며 자신의 생명을 고통 가운데 있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생명나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지녔던 고인의 심성은 대를 이어 손자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쳤다. 생전 고인과 한집에 살았던 손자 박민서 씨(23세, 남)는 2006년 당시 7살의 나이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함께 생명나눔을 약속한 박 씨의 사연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의 설교를 통해 교인들에게 알려지며, 장기기증 희망등록 참여에 불씨를 지폈다. 이제까지 사랑의교회는 교인 중 1만 6천 여 명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해 단일기관으로는 국내 최다 등록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박 씨는 자신과 함께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고인이 생전 약속을 지킨 모습을 보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생명나눔이라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신 할머니께서 지금쯤 천국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것 같다.”라며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여주신 할머니가 자랑스럽다”라는 생각을 전한 것이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박은주 권사의 나눔은 각막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참된 이웃사랑을 보여주신 고인의 크나큰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라고 애도의 인사를 전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