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기독교’ 시대, 한국교회는 후기 기독교사회 진입
한국교회 선교의 방향과 개념,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선정된 초청자 600명, 쌍방 소통의 라운드 테이블 회의 진행
세계 복음화를 위한 국가별 선교 전략회의인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Ⅷ)가 2023년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2018년 제7차 NCOWE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교회와 함께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선교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근본적인 선교의 방향과 개념, 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KWMA 세미나실에서 선교기자 초청 2023 NCOWE Ⅷ 설명회를 열고, 내년 NCOWE 개최를 공식 선포했다. 이번 전략회의는 현장 선교사 리더십, 지역교회 목사, 선교단체 리더십, 청년·다음세대 리더십, 여성 리더십, 선교학 교수 등 6개 영역에서 선정된 초청자 600여 명이 참여하여 일방 소통이 아닌 쌍방 소통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방식의 모임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KWMA 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는 “NCOWE는 국가 차원의 선교전략회의로, 참석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갖고 심도 있는 선교적 의논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 NCOWE를 잘 살펴보면서 한국선교가 더욱 업그레이드 되고 건강한 선교가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NCOWE(Nation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 곧 ‘세계 복음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는 GCOWE(Global Consultation On World Evangelization)를 배경으로 한다. GCOWE는 1974년 1차 로잔대회에서 세계 복음화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패러다임 중 하나인 랄프 윈터 박사의 ‘미전도 종족 선교’ 과업을 실현하기 위해 1989년 4월 싱가포르에서 첫 모임을 가진 세계적인 전략회의다. 1989년 2차 로잔대회 이후 ‘2000년까지 모든 민족에게 교회를,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이라는 목표로 확산한 AD2000&Beyond 운동의 실천을 위해 1995년 한국 서울과 1997년 남아공 프리토리아 등에서도 열렸다.
KWMA는 GCOWE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국가별 선교전략회의로서 1991년 제1차 NCOWE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7차에 걸쳐 NCOWE를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GCOWE가 제시한 전방개척선교의 완성을 위한 한국선교 전략 등을 논의했다. 2018년 제7차 NCOWE는 전국적인 선교 동원에 대한 회복의 기대로 지역별 위성도시를 중심으로 동원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제8차 NCOWE의 방향과 목표는?
제8차 NCOWE는 기존의 선교 방향과 개념, 방식 등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그에 따른 실천과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제8차 NCOWE 프로그램 위원장 한철호 선교사(KWMA 정책위원, 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는 이날 “지금까지 선교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선교했던 대로 하면 안 되는 시대에 왔다. 세계 기독교(World Christianity)와 한국교회도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기독교 지형의 변화와 관련해 한 선교사는 “짧게는 200년, 길게는 개신교가 일어난 이후 진행된 교회운동과 선교운동은 소위 서구교회에 의해 시작된 선교운동이었으나, 더 이상 세계교회 중심은 서구교회가 아니다”라며 “서구교회가 지난 200년 동안 만들어낸 선교의 모든 방법과 내용이 식민지 개념의 선교 상황에서는 작동했지만 새로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와 고민이 10, 20년 전에도 이야기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선교도 과거의 방식으로 계속되어 오다가 코로나로 선교가 잠깐 멈춘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집중적으로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선교사는 “다시 선교할 때 옛날에 했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세계의 상황을 반영한 선교로 나아가기 위해 선교의 본질적인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지난 35년간 한국선교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역할을 했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역할을 하기 위해 선교를 보는 패러다임과 시각이 전체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서구 선교의 끝머리에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등장하는 세계 기독교 운동의 첫머리를 장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기 위해 선교, 선교사의 개념부터 선교단체 운영 방식, 교회와 선교의 협력 개념 등 모든 항목에서 새로운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의 현 상황에 대해 한 선교사는 “2010년을 전후에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는 속도와 범위가 더 가속화되고 확장되었다”며 “또한 오늘날 한국선교가 한국교회의 침체에 영향을 받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본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듯 한국선교도 그래야 한다. 지난 35년간 엄청난 속도로 확장된 한국선교를 되짚어 보고 미래적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선교를 되짚어 볼 때(Re-think) 단순히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점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시대적 상황 속에서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근본적으로 함께 성찰하고(Reflect) 돌이키고(Repent) 새롭게 하여(Rebuild)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Revive) 시점에 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선교사는 이 과정이 코로나 펜데믹 이후 삶의 ‘새로운 표준’(뉴 노멀, New Normal)이 제시되는 것처럼 선교에도 ‘새로운 표준’을 제시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앞서 언급된 것처럼 세계적으로 지난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식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교회와 선교의 확장 시대가 완전히 마감되고, 새로운 세계 기독교 시대가 전혀 다른 모양으로 열리고 있는 점을 들었다. 동시에 한국교회는 급속한 후기 기독교사회로 진입하고 있어 한국교회와 한국선교가 추구해 온 선교 개념과 방식의 전면적 재고가 어쩔 수 없는 필요한 시점임을 상기시켰다.
한 선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제8차 NCOWE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계기와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지난 7차에 걸쳐 논의되고 결의된 한국선교의 방향과 실천을 전반적으로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성취된 것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성취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선교의 새로운 방향과 실천 과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교회와 선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국교회의 회복이 선교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또 교회가 선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선교가 교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선교가 더 나은 방향을 발견하고 그 일에 겸손히 순종하고 헌신할 때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이날 “코로나 이후 서구의 마지막 주자로 한국교회가 쓰임 받겠는가, 아니면 코로나 이후 새로운 선교의 모델을 보여줄 것인가 고심이 많다”라며 “서구 자원이 개발, 발굴이 안 되고 한국 사람과 제3세계 사람들이 국제선교단체들의 최고 리더십이 되는 가운데 비서구에서 한국교회가 새로운 목소리를 내준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셀렉트 커미티서 초청자 600명 선정, 쌍방향 소통 기대
NCOWE 프로그램 커미티인 KWMA 사무국장 박래득 목사는 이번 전략회의의 장소 선정을 위해 KWMA 본부에서 일일이 답사하며 심혈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회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 프로그램 커미티 구성 및 모임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국장은 “선교의 주축이 서구에서 비서구로 넘어오는 시점이고, 글로벌화 된 세계 환경 가운데서 선교의 주체,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논의하려면 선지자적 관점의 주제가 던져져야 할 것”이라며 “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감 내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라운드테이블에서 밀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커미티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행사 때 한번 참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청자를 사전 선정하여 지속적인 준비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박 사무국장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2박 3일간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린 제21회 한국선교지도자포럼(한선지포)이 이러한 회의 방식의 시험무대로서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는 내년 1월 등록링크로 신청접수를 받고, 셀렉트 커미티를 통해 초청자를 선정 후 참가비를 납부한 후 최종 600명의 제한된 인원이 참여하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로 한국교회 변화되길, 선교의 뉴노멀 필요”
한철호 선교사는 2023 제8차 NCOWE에 기대하는 점에 관해 “한국교회가 세계선교를 이끌고 간다는 말 자체가 서구적 패러다임”이라며 “우리도 함께 배울 수 있고 배워야 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선교패러다임의 아주 중요한 변화이고, 그것을 실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 지난 30년 이상 최선을 다해온 한국교회와 선교계를 하나님이 정말 불쌍히 여기셔서 은혜를 베푸시면 좋겠다. (한국교회와 선교가) 정말 겸손하게 낮아지고 성령의 도우심으로 살아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세계 선교사 파송 2등을 가지고 자랑했는데 이미 2등이 아니며, 이는 옛날 패러다임이다. 10등, 20등이 돼도 좋고,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할 때 행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교회가 선교하는 것이 맞는데, 또 선교가 교회를 만드는 것이므로 교회를 비판하지 말고 우리가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잘하면 된다”며 “변화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므로,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한국교회도 변화되는 일들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대흥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교회의 필요를 따라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이 아니고, 선교현장이 원하는 선교사를 보내야 할 것이며, 한국 선교사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일 수 있는 교회개척이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선교사들의 현장 사역이 좀 더 잃어버린 양을 찾아내는 일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또 하나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사업에 경험이 없는 목사님들이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여 돈을 벌어 선교를 충당하는 공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맞을지 구분이 안 되므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교회가 선교사 후보자를 선정, 훈련, 파송하여 현장에 가서 사역하는 일에서 새로운 뉴노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