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 위치한 갤러리 보나르에서 박재숙 여사의 손공 수예전이 열리고 있다. 11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박재숙 여사의 ‘손공 수예’에는 그녀의 인생의 인고가 담백하게 묻어있다.
갤러리 보나르의 이승신 대표는 “올해 93세이신 박재숙 여사님의 손공 수예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자수를 보며 감탄이 저절로 나오고, 12년간 부군의 병간호를 하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손공 수예가 60여 년에 이르렀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그 분의 마음 또한 아름답지 않다면 그 힘든 세월을 견디고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들이 탄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이어 “박재숙 여사님의 역사를 전해주시는 자제분 역시 이제는 백발의 어른이 되시고 ‘더 늦기 전에 어머니를 위해 전시회를 열어드리고 싶다’며 전시를 준비하시게 되었습니다”고 했다.
그는 “수공수예가 비록 일본 전통 수예이지만 당신만의 디자인으로 재해석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제작하신 박재숙 여사님께 존경을 표하며, 모쪼록 건강하시길, 그래서 그 분의 새로운 작품을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고 했다.
손공은 일본에서 주로 여성들의 공놀이에 사용된 전통적 장난감이다. 솜으로 된 심(芯)에 흰 실을 감아 공(毬)을 만들고, 그 위에 아름다운 색실을 감아 기하학 무늬를 소박하게 담아낸다. 수작업이라 같은 작품이 없다. 장난감을 넘어 전통공예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13대 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낸 정관모 교수(성신여대 명예교수)는 “나는 최근에 명인(名人)이나 장인(匠人)이라는 호칭을 그 분의 함자 앞에 붙여드림이 도리이겠다 싶은 어른을 뵌 적이 있다. 바로 박재숙 여사이다. 이젠 노환으로 젊은 날에 비교가 안 되지만 요즘도 계속 작업 활동을 이어 가신다. 그 분의 작품을 보노라면, 우선 구(球)의 구성이 주는 신비함이 있고, 다음은 선의 교차 구성에서 조화로움이 느껴지며, 끝으로 우주 본질의 색상이 교교하게 표현된 것에 크게 감동을 받게 된다”고 했다.
박씨는 “옛날 반가에서는 둥글둥글 공처럼 원만하게 백년해로를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손공 자수를 예물 속에 넣어 보냈다고 한다”며 “100살까지는 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