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신학은 전과 같은 명성을 누리지 못할 뿐 아니라 순진하고 독단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故 존 B. 웹스터 교수(1955~2016, 저자)는 기독교 신학에 대한 현대의 비판적 태도에 반대하며 현대 지성에 자리 잡고 있는 사악함의 위험을 날카롭게 인식한다. 그는 ‘거룩함’이란 주제를 통해 기독교 신학의 책무가 무엇이며, 이를 교회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다루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기독교 교의학의 관점에서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관해 숙고하고자 한다. 교의학이 경건이라는 실천을 생기 없는 명제로 환원하는 거룩하지 못한 학문으로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의학은 교회가 자신의 사유를 그리스도의 복음을 향해 정향함으로써 하나님을 찬양하는 즐거운 활동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찬양과 회개, 증언 속에 자리를 잡고 있으므로 교의학은 모든 기독교 신학과 마찬가지로 교회로 하여금 복음이 선포하는 실재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며, 책임 있는 자세로 이런 실재를 사유의 주제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 짧은 연구를 통해 복음이 하나님의 거룩하심이라는 숭고한 주제에 관한 우리의 사유를 어떻게 정향하는지를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거룩함에 관한 모든 담론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관한 담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거룩한 삼위일체이신 그분, 즉 그분이 어떤 분이시며 그분이 무엇을 행하시는지가 교회의 존재와 지속성의 근거다. 교회의 거룩함의 토대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하나님에 관한 언어가 논의를 움직이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역사 전체를 설명하고, 거룩함을 포함해 교회의 모든 활동을 설명할 때 하나님에 관한 이 언어가 핵심적으로 중요한 언어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그저 교회의 최초 원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교회의 목적에 불과한 분이 아니시다. 오히려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교회가 있다. 하나님이 거룩하시기 때문에 교회가 거룩하다. 그러므로 교회의 거룩함은 그 핵심에 있어서 수동적 거룩함이다. 즉 삼위일체 하나님의 일을 신실하게 의지하며 그것을 가리키는 믿음의 문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의 성화는 화해된 죄인이 하나님과의 거룩한 사귐이라는 적극적 삶을 위해 새로워지게 하시는 성 삼위일체의 일이다. 선택하고 화해를 이루시며 완전하게 하시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일을 근거로 삼는 거룩한 사귐이라는 적극적인 삶은 모든 순간이 죽임과 살림으로 특징지어지며 자유와 순종, 사랑으로서 실재화되는 믿음의 일이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행복을 위해 거룩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문화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회심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거룩함의 복음을 향한 교회의 지속적인 회심도 필요할 것이다. 거룩함의 핵심적 양상은 집중을 강화하는 것이다. 즉, 지성과 의지, 감정을 거룩하신 하나님과 우리를 대하시는 그분의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집중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집중을 촉진하는 것은 신학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며, 따라서 기도해야 할 제목이다”고 했다.
한편, 故 웹스터 교수는 영국 성공회 사제로 조직신학과 역사신학, 기독교 윤리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1955년 영국 맨스필드에서 태어났으며 독립 브래드포드 문법 학교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27세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독일 신학자 에버르르트 윙엘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2년 더럼 대학교의 세인트존 칼리지에서 목사와 강사로 본격적인 교수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1986년부터 1996년까지 토론토 신학대학원 중 하나인 토론토 대학의 위클리프 칼리지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1996년부터 2003년까지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레이디 마거릿 신학 교수직을,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교 킹스 칼리지의 조직신학을 가르치며 학장직을 수행했다. 2013년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세인트메리 칼리지 신학교수로 사역했다. 2016년 5월 25일 스코틀랜드 자택에서 6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