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희망의 세대’ 보고서 발간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후위기와 빈곤의 이중고를 경험하는 아동의 현황을 분석한 ‘희망의 세대’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이집트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가 열리는 가운데,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보고서 ‘희망의 세대: 지구온난화와 불평등 위기를 끝내야 하는 24억 가지 이유(Generation Hope: 2.4 billion reasons to end the global climate and inequality crisis)’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벨기에 브뤼셀 자유 대학교 연구진이 협업했으며, 기후 연구 모델을 바탕으로 분석 및 예측한 기후 위기 지수와 2022년 5월부터 8월까지 한국 아동 1천 명을 포함해 전 세계 41개국 아동 5만 4천여 명의 의견을 조명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아동의 80%가 산불, 가뭄, 흉작, 홍수, 열풍, 열대성 폭풍 등 해마다 최소 1회의 극심한 기상 이변을 경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아동 3분의 1에 해당하는 7억 7천 400만 명이 빈곤과 기후위기에 동시에 노출됐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억 4천 900만 명이 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이다. 특히 빈곤한 환경에 놓인 아동일수록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위기에서 회복할 역량이 부족한 탓에 더 큰 위기를 경험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고물가로 인해 생활비가 급증하면서 82개국의 3억 4천 5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현 상황과 기후위기 상황이 연결되면서 향후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빈곤과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 아동의 비율은 남수단이 87%로 가장 높으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85%)과 모잠비크(80%)가 뒤를 이었다. 수치상으로는 인도의 아동이 2억 2천 300만 명으로 가장 큰 숫자를 차지했으며, 뒤이어 나이지리아와 에티오피아의 아동이 각각 5천 800만 명과 3천 600만 명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분쟁이라는 요인이 더해져 삼중고를 겪는 아동은 1억 8,300만 명에 달한다. 브룬디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각각 전체 아동 인구의 63%와 55%가 분쟁, 빈곤, 기후 위기의 삼중 위기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연구진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결합되면 아동과 지역사회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이 극도로 약화될 수 있다. 긴급한 대책 마련 없이는 향후 몇 년간 인도주의적 위기가 더욱 빈번하고 극심해질 수 있으며 위기 상황에 살아가는 비용 또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클론 안나가 거주하던 섬을 강타하면서 말라위의 수재민 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루치아노(12세, 가명)도 기후위기와 빈곤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는 “한밤중에 자고 있는데 인근 강에서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겼다. 집에서 키우던 오리와 닭을 구하려고 했지만 옷만 겨우 들고 나올 수 있었다. 지붕 위로 피신 했을 때 집이 무너지는 바람에 동생은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하며 재난 당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수재민 캠프에는 음식이 충분치 않다.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 어렵진 않았다. 이제는 체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혹시라도 홍수가 또 날까 봐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희망의 세대’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 거주하는 63개국 아동 약 1억 2천 100만 명도 빈곤과 기후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에는 미국, 영국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에 거주하는 아동 2천 800만 명 가량이 포함된다. 이는 국가 내에서도 불평등으로 인한 격차가 심화되는 추세에 따른 것이며 기후 위기의 강도가 심화될수록 점차 더 큰 빈곤 위기에 빠져들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경우, 빈곤 문제는 낮았지만 상대적으로 기후위기가 만연한 국가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인 아동 권리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은 "세계 각지의 아동이 기후 비상 사태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의 지금 이 순간 내리고 있는 결정이 아동 수십억 명의 권리와 삶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리더들이 아동을 위한 용기와 결단을 내리기를 소망한다. 아동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아동의 견해와 제안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아동이 기후위기로 큰 피해를 입고 있으나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닌,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역으로서 아동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기후위기는 곧 아동권리의 위기임을 강조하며 아동참여형 모임인 지구기후팬클럽 어셈블(Earth + Assemble)을 통해 아동이 직접 기후위기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 20일에는 아동의 목소리를 입장문에 담아 외교부의 김효은 기후변화대사 등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하는 대표단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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