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3일, 서울 양천구에서 생후 16개월된 아동이 입양된 지 271일 만에 사망했다. 앞서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아이는 구조되지 못했고, 지속적인 학대에 노출됐다. 안타까운 아동의 사망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50여 건이 넘는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리고 2021년 2월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 이후 중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학대대응 정책개선 캠페인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시즌 2를 시작한다. 캠페인은 1) 국가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를 위한 법률 마련과 2)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3) 아동 보호를 위한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4월 반복되는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예산과 인력, 인프라 등 구조적인 문제와 정책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를 진행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2월 총 4만 6,060명의 서명을 모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대선캠프에 전달했으며,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아동학대 대응 예산 확충과 아동학대 관련 인프라 확충, 대통령 직속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등의 정책 과제를 함께 제안했다.
아이들의 무고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최소 40명의 아동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피해아동 중 영아인 만 2세 이하는 19명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아동학대로 5만 3천 932건이 신고됐는데, 이중 3만 7천 605건이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됐으며, 2만 7천 416명의 아동이 학대 피해를 입었다. 최근 5년간 재학대를 받은 사례는 5천 517건이며, 아동의 수는 4천 176명이다. 거듭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방지대책들이 나왔지만, 아동보호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채 대부분 미봉책에 그쳤다.
2014년 울주아동학대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제도개선 사항을 담은 ‘이서현 보고서’가 작성됐다. ‘이서현 보고서’의 모티브가 된 영국의 ‘클림비 보고서’는 2000년 9살의 빅토리아 클림비가 아동학대로 사망한 후 영국 정부가 65억 여 원의 예산을 들여 착수한 조사 보고서로, 영국의 아동보호체계 개혁을 이끌어냈다. 이에 반해 ‘이서현 보고서’와 같이 세이브더칠드런이 사무국으로 참여했던 조사들은 민간주도로 이뤄져, 조사 범위는 물론 법적 의무가 없어 제도 개선안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권고 이행의 실효성이 담보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 진상조사가 시급하다.
또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 수립과 이행을 위해서는 아동학대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아동학대와 관련한 업무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다. 아동복지와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처벌은 법무부의 소관이다. 인력 배치와 인프라 구축은 각 세부 활동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아동권리보장원이 나누어 담당한다. 또 피해아동 지원에 있어 학교와 유치원 아동 정보에 대한 제공은 교육부, 교육청에 있다. 이러한 구조는 아동중심, 가족중심, 예방중심의 아동학대 대응 정책의 중요한 원칙을 실현하기 어려우며, 유관 정책을 총괄하고 업무를 조정함에 어려움이 있다. 아동학대 대응에 있어 범정부 차원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책임지는 일원화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아동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2배 이상의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 예산의 규모나 구조는 그 사안에 대한 관심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지난해 6월 2일 기획재정부는 일반회계, 복권기금, 범죄피해자지원기금에서 각각 지원해오던 아동학대 방지 사업예산 지원 창구를 일반회계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OECD에서 개발한 사회복지지출 SOCX(Social Expenditure Database)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2017년 기준 국내 공공사회지출 중 가족지출은 GDP 대비 1.1%로 OECD 평균인 2.1%의 절반 수준이다. 가족 지출 중 아동보호성 지출의 비중 역시 10%로 OECD 평균 17.6%에도 못 미치는 등 국가가 아동보호에 쓰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시즌 2는 모델이자 배우인 장윤주가 아동의 보호권을 위해 목소리를 보탰다. 장윤주는 "지난해 매달 3명의 아동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고, 하루에 100명이 넘는 아동이 학대로 상처받았다. 아동학대로 생명을 잃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이름의 힘을 모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라는 비극의 악순환을 멈춰 달라."며 서명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