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목사(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가 7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리스도인 시민의 삶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목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우리에게 달라진 것은 너무나도 많다. 긍정적인 부분은 인간이 그동안 외면하였던 고통의 현실과 마주하였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후와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이전까지 사람들이 외면했던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서 현실을 깨닫게 하는 각성의 효과를 주었다”며 “동시에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환경을 파괴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중성이 보여주는 현실은 사회구조를 개혁하여 개인과 국가의 윤리적인 선택을 돕겠다는 사회윤리의 이상의 약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일반의 사회윤리란 윤리적 문제를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로 보고, 그 구조를 윤리적으로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둔다. 예를 들어 사회의 구조와 환경이 어떤 개인을 계속해서 가난과 불행한 상태에 처하게 한다면, 그 개인은 비윤리적인 선택에 손쉽게 노출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어떤 사람은 계속하여 부유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비윤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불평등은 사회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한, 누군가 비윤리적인 선택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되는 부조리한 상황을 바꿀 수 없게 한다”며 “그러므로 누구나 같은 환경에서 윤리적인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회윤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회윤리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개인의 모든 비윤리적인 선택을 사회와 환경의 탓이나 어떤 특정 계층의 문제로 돌릴 수 있다”며 “성경은 사회윤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이 목사는 “먼저 성경은 사회의 구조가 인간을 비윤리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5장에서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예수님을 대조하면서 아담을 한 개인으로 보지 않고 인류의 대표자로 소개한다”며 “이것은 아담 이후에 만들어진 죄의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뒤따라 나오는 말씀은 아담의 죄는 단지 사회구조의 문제만이 아닌 개인의 인격적인 선택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고 했다.
이어 “윤리 문제는 사회의 구조와 개인의 선택이란 유기적 연합의 결과물이다. 성경은 사회윤리가 제기하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인정하면서, 개인의 책임 또한 결코 사소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코로나19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피해자성과 심리치료를 더 가속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또한 코로나19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지 않은 사람도 드물다. 우리는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탈윤리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성경의 윤리는 이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희생 제사의 양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리고 르네 지라르(Rene Girard)가 정확하게 보았듯,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인간의 무책임함과 폭력을 세상 앞에 고발하였다.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을 죽인 인간의 잔인함을 보이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라며 “그리고 아담의 대표성은 새로운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로 바뀐다(로마서 5장). 아담은 죄인을 대표하지만, 예수는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는 책임 있는 의인을 대표한다. 바로 이것이 예수가 펼친 기독교 사회윤리”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 사회윤리는 세상의 죄와 고통에 책임지는 책임 윤리이다. 누군가를 대신 희생시키고 자신은 심리치료라는 거짓 속에 피해자인 척하거나 가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죄와 마주하고 현실 속에서 책임지는, 더 나아가 약자의 책임을 대신 져주는 것이 기독교 사회윤리”라며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책임지는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그곳이 공공의 영역이든 사적인 영역이든 관계없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깊은 파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