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소수자에게 ‘축복’ 아닌 ‘회개’ 촉구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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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축제에 참석해 축복식을 집례해 논란을 부른 이동환 목사가 소속 연회 재판위원회가 내린 정직 2년 처분에 불복해 낸 항소를 총회가 기각했다. 이로써 이 목사에게 내려진 교단의 징계처분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이 목사 측이 자신을 징계한 근거가 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 폐기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힌 데 이어 교회협(NCCK) 인권센터가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해당 법 조항을 거론하면서 불씨가 엉뚱한 데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 퀴어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축복식을 집례했다. 이 목사가 속한 경기연회는 재판위원회를 열고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의 징계를 내렸다. ‘동성애 찬성 및 동조’를 금한 교단의 교리와 장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기감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 「범과의 종류」에는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제5조 3항 「벌칙의 종류와 적용」에 의해 ‘정직’, ‘면직’, ‘출교에 처한다’라는 형벌법규가 있다. 기감 경기연회가 이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한 건 「벌칙의 적용」에 있어 그나마 가장 약한 징계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목사는 “경기연회가 무지와 편견에 기초해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하며 교단 총회에 항소했다.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 감리교본부에서 열린 기감 총회재판특별위원회(총특재)는 이 목사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총특재는 항소심 최종 선고에서 “피고인이 퀴어문화축제에서 집례한 축복식에서의 축복 행위는 죄지은 자에게 회개하고 용서하는 사랑이 아니다. 퀴어축제에서 성의를 입고 기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퀴어)의 행위를 옹호하는 측면을 전제한다”며 경기연회의 재판에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했다.

항소심 기각으로 원심이 확정된 후 이 목사와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여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말을 했다. 향후 사회법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얻을 효과를 고려할 때 그럴 가능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이 목사에 대한 원심판결, 즉 2년 정직 징계처분의 시효는 지난 15일부로 만료됐다. 게다가 목사가 교단의 법적 판결에 불복해 사회법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데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 목사 측이 “앞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 폐기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한 것도 교단 내부적으로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기감 총특재가 항소를 기각한 다음 날인 21일 규탄 입장을 내고 “이동환 목사는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로부터 유죄라 판결받았으나 하나님 앞에서 무죄”라며 이 목사를 두둔하고 교단의 처분에 대해 비판했다. 인권센터는 또 원심판결의 근거 조항인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에 대해 “이 조항은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교단법에 화살을 겨눴다.

NCCK 인권센터가 퀴어축제에서 동성애자들을 축복한 목회자를 옹호하고 반대로 징계한 교단에 대해 비판한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단 6명에게 인권상을 수상하는 등 그동안 NCCK가 걸어온 족적으로 볼 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교회협 측이 이 목사를 징계한 해당 교단의 법 조항을 문제 삼은 건 별개로 더 큰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목사는 기감 소속으로 교단법인 교리와 장정 제3조 8항을 위반해 벌을 받았다. 그런데 교회협 측이 회원 교단의 법이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 건 예사롭지 않다.

연합기관이 회원 교단의 법을 문제 삼는 건 사려 깊은 행동이라 할 수 없다. 해석에 따라 월권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예전에 기감 평신도단체협의회를 비롯한 감리회 산하 3개의 평신도단체가 NCCK 탈퇴운동을 전개했던 적도 있다.

이동환 목사가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를 수용 또는 불복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그러나 불복의 표시로 자신을 징계한 교단의 법 조항을 폐기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기감에 속한 일부 교회에서는 이 목사의 문제로 교인들이 떠나는 등의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런 마당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게 옳은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다.

목사가 자신이 속한 교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건 경중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본인은 “동성애를 지지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말로 교단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태도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교단이 그를 징계한 건 그가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퀴어행사에 참석했고 그들을 축복한 행동에 있었다. 그렇다면 본인의 양심이 아무리 동성애에 대해 ‘중립’적이라 해도 행위가 법을 위반한 이상 처벌 또한 불가피하다.

단지 퀴어축제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을 모아놓고 축복식을 거행한 것에 대해 본인 양심은 떳떳한지 몰라도 교단법은 목회자로서 복음의 관점에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란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축복했다는 주장 또한 ‘축복’이 아니라 ‘회개’를 촉구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