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동성혼과 입양을 합법화하는 새로운 가족법을 승인하는 투표를 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보도했다.
100페이지 분량의 이 가족법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수백만 명의 쿠바인들은 동성커플이 결혼하고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부지원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가했다.
미구엘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은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쿠바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편견과 금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디아즈-카넬 대통령은 “대부분의 인구가 찬성에 투표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하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지금까지 나온 대중적 논쟁은 우리 사회에 기여했다”라고 밝혔다.
16세 이상의 쿠바인은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법안이 통과되려면 50% 이상의 득표가 필요했다.
쿠바 국영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투표 참석자 중 3분의 2가 새 규정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AFP에 따르면 8만번의 타운홀 회의가 열렸고 30만건 이상의 공개 의견이 접수되면서 이 법안 초안은 24개 이상이 나왔다.
쿠바는 1959년 고(故)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 풀겐시오 바티스타(Fulgencio Batista) 독재정권을 전복시킨 이후 쿠바 공산당 산하의 일당 국가였다고 CP는 전했다.
2008년에는 카스트로의 형인 라울 카스트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2019년에는 미구엘 디아즈-카넬이 그 뒤를 이었다.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 혁명 후 종교인과 성소수자(LGBT) 모두 노동수용소에 수감시켰다. 그러나 그의 조카인 마리엘라 카스트로는 쿠바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동성혼을 지지하는 국립 성교육 센터의 소장으로 알려졌다.
국민투표를 몇 주 앞두고 쿠바가톨릭주교회의는 “대리 임신과 동성 커플 입양을 포함해 새로운 법안 중 몇 가지 사항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투표를 앞두고 쿠바 정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쿠바인들이 새로운 규칙을 승인할 것을 촉구하는 기사와 사진을 홍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 복음주의자들(Cuban Evangelicals)은 오랫동안 동성혼에 대한 반대를 표명해 왔다. 2018년 헌법 68조에서 혼인을 성중립화하는 헌법 개정안이 제안되었을 때 쿠바의 복음주의자들은 경고했다.
쿠바복음주의연맹(Cuban Evangelical League) 교회 회장인 알리다 레온 바에즈(Alida Leon Baez)는 당시 “이것이 승인된다면 쿠바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바나 감리교회의 레스터 페르난데스(Lester Fernandez) 목사는 “성경이 그것을 정죄하기 때문에 68조를 어떤 식으로든 승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퓨-템플턴 세계종교미래 프로젝트(Pew-Templeton Global Religious Futures Project)에 따르면 쿠바인의 약 59%가 기독교인이다. 쿠바 기독교인들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정부 감시와 침투에 직면해 있다고 CP는 전했다.
쿠바 정부는 1992년 헌법을 수정해 무신론 국가가 아닌 세속국가로 선언하고 부분적으로 종교활동을 허용했다. 그 이후로 기독교인 인구 비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공산주의 정권은 기독교인들을 계속해서 박해하고 있다.
국민투표는 식량, 가스, 의약품 부족으로 특징지어지는 3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일요일에 치러졌다.
지난 7월, 쿠바 국민들은 전염병 기간 동안 의약품과 식량 부족 속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해외여행 제한과 몇 개월 동안 지속된 국내 코로나19 봉쇄 조치는 당시 이미 치솟고 있던 경제위기를 공고히 했다. 시위가 폭발한 후 디아즈 카넬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권 지지자들에게 거리에서 시위대와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제재를 가해 쿠바에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시위 도중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표적이 되고 체포되고 구타당했다고 CP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