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즈음에 개봉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공조2> <육사오> <헌트>, 모두 북한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러네’ 하고 말 수도 있겠지만 이는 공교로운 일은 아니다.
북한 소재 영화는 대한민국에 영화가 존재하고서부터 많았다. 80년대까지는 반공 색채가 뚜렷해 북한 정권을 매우 악하게 묘사했다. 북한 군인의 인간적인 면조차도 묘사되지 못했고, 묘사하길 시도하더라도 정부에 의해 검열되어 영화가 수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남북 교류가 점차 늘어나고 김영삼 정부가 들고부터는, 1996년 영화 사전 검열이 위헌 판결을 받았고 1999년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설립됐다. 북한에 대한 묘사가 점차 변화하는데, 그 첫 영화가 <쉬리>(1999)였다. 북한 군인을 비롯한 북한 정권을 악하게만 묘사하던 한국 영화가 북한 군인의 인간적인 면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힘입어 <웰컴 투 동막골>(2005)까지도 개봉되었다. 북한의 남침을 엉성하게 묘사하고 뜬금 없이 미국을 악하게 묘사하던 이 영화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며 대박이 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면서는, 탈북 여정을 담은 <크로싱>(2008), 북한 지하교회의 이야기를 담은 <신이 보낸 사람>(2014), 제2차 연평해전의 승리를 담은 <연평해전>(2015) 등이 개봉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고서는 <강철비>, <공작> 등 북한 미화 의혹이 넘치는 영화가 다시 한번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어느 정부든 각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는 영화만이 개봉된 건 아니겠지만, 정부에 따라 나타나는 노골적인 색채는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은 어떤가? 정권 교체가 되었으니 이제 다시 영화에서의 북한 묘사가 바뀌려나? 최근 개봉한 <공조2>, <육사오>, <헌트>를 보고서는 그게 아닐 거라 예상되었다. 정부의 기조가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대중이 이제 기존의 북한 묘사에 질린 게 느껴졌다. 대중은 더 이상 북한 주민을 가엾게 여기지도, 북한을 미화하지도 않는 게 느껴졌다.
북한은 그저, 안 좋은 곳인 줄은 알지만 가본 사람이 극소수여서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공간은 영화감독 입장에서 소재로 삼기 좋아 많이 이용하는 것뿐이다. 또한, 미스터리한 공간은 미스터리로 남아야 대중의 흥미를 더 자극하기에 북한에 대한 진실보다 미스터리가 대중의 머리에 더 남도록 이끌려질 게 예상된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자유통일·복음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소수가 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진실이 흐려지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사랑마저도 흐려지고 있다. 그런 시대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있다. 지켜야 할 자리를 계속해서 지키는 것이다. 미스터리를 무너뜨리며 흥미를 빼앗는 사람 취급을 받더라도, 그래서 소수가 되더라도, 우리는 자유통일·복음통일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언젠가 북한 정권이 무너졌을 때 모두가 미스터리만 생각하며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을 비극을 막기 위함이다.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