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장로교 총회 시즌이다. 장로교는 해마다 9월에 총회를 개최하도록 교단 헌법이 정하고 있다. 올해 총회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또는 일정을 최소한으로 단축해야만 했던 장로교단들이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개최하는 총회라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장로교 주요 교단들은 총회에서 회무를 처리하는데 4~5일을 할애했다. 장로교 중 대표적인 통합과 합동 등은 그러고도 정해진 회무를 다 처리하지 못해 주요 현안들을 임원회와 실행위원회 등으로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단마다 회무처리 일정을 반나절, 하루 또는 이틀로 줄여야 했다. 4~5일 동안에도 다 처리하지 못하던 중요 현안이 총회 이후 구성된 임원회 등으로 이관되면서 총회는 정책 토의의 장이 아닌 단순히 총회장과 부총회장 이하 임원을 선출하는 ‘선거총회’로 더욱 굳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럼 코로나 이전에는 달랐느냐. 그렇지도 않다. 주요 장로교단들은 부총회장 선거를 위한 총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단의 수장을 뽑는데 많은 시간과 열정을 소비하곤 했다. 최근에 와서 분위기가 점점 바뀌고 있지만, 부총회장에 입후보만 해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억 원의 비용이 드는 현실은 장로교 회의제도 자체에 회의감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교단의 임원선거가 과열을 넘어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예장 합동 측은 지난 2001년 임원선거에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했다. 지역순환제로 하되 다수가 경합할 때 해당 지역 총대회의에서 2인까지 제비뽑아 후보로 결정하고 총회는 그 2인을 놓고 제비뽑아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장로교단에서 이런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합동측의 이런 결정은 당시 돈 선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인 듯했으나 실은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그만큼 드러난 문제가 심각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실험적 시도는 숱한 시행착오를 남긴 채 10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지난 2011년 개최된 제95회 총회에서 ‘제비뽑기+직선 투표’가 혼용된 선거인단 제도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총대들은 총회 기간 내내 제비뽑기 옹호와 직선제 변경, 제비뽑기+직선투표 혼용으로 갈라져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가까스로 선거인단제로 변경했다.
그런 예장 합동 측이 올 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임원선거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핵심은 △총회장 연임(1회) △부총회장 선거 탈락자 3회까지 출마 허용(현 2회) △증경총회장 재출마 허용 등이다. 교단 내에서 인물난을 해소하고 총회장 등 임원이 1년 명예직이 아닌 소신을 갖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거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 ‘특정인을 위한 선거법 개정’, ‘선거 과열’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뜨겁다.
과열 혼탁 선거는 예장 통합 측도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사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총대 직선제가 아닌 간선제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총회 결의 과정에서 번번이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교단 산하 지역을 5대 권역(서울강남·강북, 영남, 호남, 충청·이북)으로 나눠 지역별로 돌아가며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면서 지역에서 고르게 인물이 천거되다 보니 돈 선거의 폐해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단의 수장인 총회장과 차기 대표인 부총회장을 선출하는 일은 총회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다.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교단의 중요 정책을 세우고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쥐기 때문이다. 총회를 5일간 하든 하루 하든 모든 초점과 관심이 선거에 집중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선거제도와 방식이 한국교회의 오늘과 또 앞 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숙고할 때가 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의 모든 지표가 빨간불인데 이런 문제를 앞장서 해결해야 할 교단이 여전히 감투싸움에 매달려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 건 교회를 떠나지 않고 있는 젊은 세대의 등을 떠다미는 격이다.
본래 교단 총회장이란 조정자의 의미이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거액의 돈을 써서라도 꼭 차지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진 건 총회장이 되면 마치 교황이나 감독처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장로교 회의제도가 변질된 데도 원인이 있다.
장로교의 정치원리 중 가장 기본 원리는 대의정치다. 이런 기본 원리만 잘 지켜도 총회장이 월권과 독선으로 교단을 좌지우지할 여지는 크게 줄 수 있다. 아무리 선거제도를 뜯어고친들 선출직 총회장에게 쏠리는 과도한 권한 행사 문제는 달라지기 어렵다. 본질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올 장로교 총회가 코로나19로 축소됐던 일정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에서 열리게 된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임원선거가 끝나고나면 회의장이 텅 비고 정작 중요한 의제는 폐회 후 임원회나 실행위로 넘겨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굳이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 총회를 열 의미가 없다. 3년 만에 회복된 장로교단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찾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