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떠넘긴 '재정 시한폭탄'… 尹정부 '긴축+재정준칙' 집중 관리

내년 총지출 639조원…13년 만에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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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재정 기조를 '건전 재정'으로 전환하고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살리는데 시동을 걸었다. 지난 정부에서 급격히 쌓인 나랏빚을 제어해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내년 총예산을 13년 만에 감축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재정준칙 법제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예산 규모는 63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 607조7000억원보다 31조4000억원(5.2%) 많다. 다만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보다는 40조5000억원(-6.0%) 작은 규모다. 새해 예산이 전년도 총예산보다 줄어든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 임기 5년간 급격히 악화된 재정을 정상화해야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정부는 2017년 출범 때부터 재정 지출을 급격히 늘려왔다. 돈을 풀면 경제가 회복돼 세수가 늘어나고 재정건전성이 개선될 거라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9% 등 연평균 8.7%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경제극복 등의 이유로 총 10번의 추경을 추진하면서 임기 중 나랏빚은 415조원이 넘게 불어나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노무현 정부(143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180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170조4000억원) 등 역대 정부의 국가채무와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세다. 본예산 기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 50%까지 치솟았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간 악화된 재정 정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나랏빚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24조원을 확보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새 정부 국정 운용 방향에 맞춰 재정 일자리 예산을 줄이고 민간 일자리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확대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백신 도입 비용 등은 과감히 종료하거나 축소한다.

재정준칙 도입에도 속도를 낸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3%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면 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해 중장기적으로 이 비율이 60%를 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불가피한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준칙 적용을 예외로 하되 위기 종료 시에는 준칙 기준으로 복귀하도록 설계했다. 재정준칙의 구속력을 더하기 위해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법제화한다.

윤 정부는 이러한 재정 혁신 과정을 통해 재정수지를 개선하고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 규모는 -58조2000억원으로 올해(-110조8000억원·2차 추경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올해 -5.1%에서 내년 -2.6%로 낮아진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2018년(-0.6%)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국가채무는 올해 1068조8000억원(2차 추경 기준)보다 66조원 늘어난 1134조8000억원으로 증가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GDP 국가채무비율을 5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해 2026년에도 52.2% 수준을 유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6년까지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2%대 중반으로 관리하는 등 적자 폭을 대폭 개선하고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0%대 중반을 유지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재정 운용을 위해서도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으로 기조 전환은 필수적"이라며 "이제부터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지 않으면 커지고 있는 경제 불확실성 앞에 방패막이 없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기조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본예산은 줄여두고 경기 침체에 빠지면 추경 등을 통해 다시 재정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며 "인구 감소로 인해 추세적으로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대응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31조원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긴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경기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5%대 지출 증가율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긴축 재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지출 증가율이 지난 5년보다 줄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평상시에 비해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소득 하위 계층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번 예산에서는 눈에 띄는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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