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대통령에게 권고한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인권NAP)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 등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정서와는 동 떨어진 국가 인권정책 권고에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소재 인권위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개최한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등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인권을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며 제4차 인권NAP 권고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위의 ‘제4차 인권NAP’ 권고안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정부가 인권과 관련해 법·제도·관행 분야에서 개선해야 하는 100개 인권 과제로,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인권위가 마련한 권고안을 토대로 인권 NAP를 수립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인권NAP’ 권고안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적 강제사항은 아니다. 그렇다고 인권위의 인권과 관련한 법·제도·관행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 권고안을 정부가 대놓고 무시해버릴 수도 없다. 정부가 이행을 하든지 안하든지 그 자체로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다.
그런데 이번 권고안의 내용을 살펴볼 때 위험한 요소가 하나둘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하면서 ‘권고안’이란 형식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정치적 압력으로 비쳐질 정도다.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한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등 후속 조치를 실시하라고 한 건 행정적 월권으로 여겨질 소지도 있다.
인권위는 또 △성소수자 항목을 별도로 편제해 군인 간 동성 성행위를 금지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할 것 △군대 내 화장실, 목욕시설 등을 성소수자 친화 공간으로 개편할 것 △ 군대에서 트랜스젠더가 근무할 수 있도록 군인사법령에 규정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교계는 이런 주장이 말이 권고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인권위가 과연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기관인지 성소수자 인권 전담기관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말도 그냥 엄살이 아니다.
그런데 인권위의 행보가 점점 더 충격적인 것은 아예 ‘건강가정기본법’ 폐지를 들고 나온 데 있다. 구체적으로 민법상 가족의 정의에 비혼 동거 커플이 포함되도록 개정 또는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인데 이건 결국 성소수자의 가족 형성시 기본권의 보장, 즉 동성결합 및 동성혼을 합법화하라는 요구나 진배없다.
비혼 동거와 동성결합을 합법화하려는 근본 목적은 가족제도 해체에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결혼제도를 파괴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다. 이런 것을 주장하는 국가인권위를 정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1년 11월 26일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주로 인권침해 행위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에 대해 조사하고 구제하는 것이 주 업무다.
여기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국가,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인종,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교육 등 일상생활에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가운데 성적 지향도 포함되지만 이는 여러 조건의 차별 중 하나일 뿐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인권위는 이 많은 평등권 침해 행위 중 오로지 성적 지향 문제만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으며 성소수자 인권이 전부인양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동반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찬성이 28.4%, 반대가 59.9%로 나왔다. 이는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찬반을 물은 결과로 아무 설명없이 물었을 때 찬성 43.8%, 반대 41.5%로 찬성이 조금 더 우세하게 나온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도 국가인권위는 국민 전체가 압도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찬성한다며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 왔다. 이번 제4차 ‘인권NAP’ 권고안도 그런 잘못 수집된 여론의 토대 위에 마련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이미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인권 보장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인권위가 있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인권이 사회 곳곳에서 다 잘 지켜진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도 그늘진 인권 사각지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곳의 인권 상황을 살피고 개선하는데 진력해야 할 인권위가 스스로 성소수자 인권 대변기관인양 행세하고 있는 건 국력 낭비다. 이는 국민 인권을 향상시키라고 준 사법기관으로서의 위치를 인정해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기도 하다.
대다수 국민이 국가인권위가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틀에 맞춘 ‘인권’에 대해 불편해 하며 그 위험한 방향에 대해 걱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가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소수를 위해 국민 전체를 역 차별한다는 원성을 들어서야 어찌 인권을 선도해 나갈 수 있겠는가. 국가인권위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왜 점점 더 커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