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추석 이후 꺾인다는데… 폭우에 환율리스크 '겹악재'

소비자물가 상승률, 두 달 연속 6%대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부는 물가 정점 시점을 추석 이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린 데 이어,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물가 정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물가는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폭염에 장마가 겹치며 채소류 가격이 25.9% 치솟았던 영향이 컸다.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가 15.7% 오른 점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다만 불안한 물가 지표 속에서 일부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 급등세가 완화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며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은 점차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추석 고비를 넘기면 물가가 조금씩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며 물가가 추석 이후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이같은 관측에 몇 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이 없어야 하고, 국제 공급망 차질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른 추석으로 성수품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도 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달 초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에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봐도 여름철 폭우는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00~201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6월 대비 9월의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13.0%로 신선식품제외 물가 상승률(0.4%)과 소비자물가 상승률(1.0%)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집중호우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채소류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2019년 동안 채소의 전월 대비 월별 물가상승률 평균치는 6월 -6.7%에서 7월 6.1%에 이어 8월과 9월 10%를 기록했다.

여기에 '환율리스크' 변수까지 터졌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9.8원) 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환율은 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기름값 등 국내 물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이는 물가 정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추 부총리도 물가 정점을 추석 이후로 관측하는 전제조건 중 하나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고환율의 안정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역대급 폭우에 이어 우려하던 '환율리스크'까지 터지며 물가 정점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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