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시 증권신고서 제출이 필요치 않은 10억원 미만 '소액공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가 간편해 손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자의 주요 내용이나 투자 위험 요소 등에 대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 들어 10억원 미만 소액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코스피, 코스닥 기업은 총 26곳이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제이스코홀딩스, 에이치앤비디자인, 하이스틸, 다이나믹디자인 등 5곳이 소액공모 유증을 결정하면서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다.
소액공모는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모집하는 것을 뜻한다. 공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하려면 기업들은 반드시 금감원에 자금 조달 목적과 자금 활용 계획 등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내용 작성이 간단한 공시서류만 제출하면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셈이다. 소액공모 유증 역시 일반공모, 주주배정, 제3자배정 등의 형태가 모두 가능하다.
소액공모에 나서는 기업들 대부분이 현 주가 대비 10~30% 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모집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부각, 대부분 자금 조달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관련 투자 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과거부터 소액공모는 금융당국의 사전 심사절차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일부 한계 기업들이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단 며칠이면 자금 조달을 마칠 수 있어 상장폐지 직전이거나 기업 내부에 문제가 있는 한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돼 왔다. 증권신고서를 내야 하는 1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은 관련 서류 제출부터 납입까지 최소 2개월 가량 소요되고, 금감원의 엄격한 심사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액공모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금융당국은 2009년 소액공모 기준을 20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강화했고, 한때는 제도 폐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액공모는 단 며칠이면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면서 "소액공모 유증에 참여하기 전 해당 기업의 재무상태나 투자 환경 등을 잘 살피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