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임기 5년 내 실현을 목표로 한 대규모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던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 발표가 2024년으로 미뤄지자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에서 1기 신도시에 대해 연구용역을 거쳐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연말께 계획 수립을 예상했던 것과는 시기상 차이가 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 5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1기 신도시에 1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 TF팀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1기 신도시) 종합발전계획을 구상하고 이에 따라 질서 있게 지역마다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던 인수위는 이후 이를 '중장기 과제'로 바꾸면서 시장의 혼란을 가져온 바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 당시 '1기 신도시 대책 발표가 미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구체화 작업은 올해 착수하지만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입법절차 연계 등을 볼 때 완성되는 데는 1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며 "희망 일정으로 2024년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가급적 속도를 내보겠다는 것이지 현재시점에서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하는 것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공급대책위원회 민간대표로서 이번 대책에 함께 참여한 심교언 교수 역시 "(인수위 시절) 제가 연말 또는 내년에 마스터플랜을 만든다 했는데, 그 원칙은 연내 '착수'로 돼 있는 것"이라며 "사업이 단순하면 빨리 진행될 것이고 좀 복잡한 곳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또 입법 과정에서도 난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내 착수라 돼 있기 때문에 미뤄진건 아니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에 대한 정부 입장이 재차 바뀌자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분당 지역 거주민은 "취임 100일이 지났는데 대선 공약 단계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연내 마스터플랜 및 임기 내 이주가 공약이었는데 다 물 건너 갔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당장 해줄 것처러 하더니 2024년에 계획 수립이면 총선용으로 써먹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분당 주민은 "결국 잠실, 은마, 여의도, 목동부터 순서대로 먼저 보내고 우리가 (재건축) 할 때가 되면 3기 신도시든 250만호든 입주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며 "그 긴긴 시간을 마음 편히 기다리기엔 손해보는 게 너무 많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일산 지역의 한 주민은 "재건축 아파트 매물을 지금 내놓아도 거래가 될까 싶다. 발표 전에 던진 분들이 승자"라며 "누구 말로는 빨라야 15년 걸린다고 하는데 재건축 투자 목적으로 산 곳들은 던져도 누가 받아줄 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다만 이번 발표 역시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1기 신도시에는 긍정적 신호라는 반응들도 있었다.
일산지역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 수치와 세부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재건축에 부담을 주던 안전진단과 재초환 등을 완화하겠다는 기조는 명확하다"며 "2024년 중 마스터플랜 수립은 도시기본계획 수립 자체에만 1~2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총선 시기와 맞물려 오해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분당지역의 한 주민은 "솔직히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 시기상 1기 신도시가 단기간에 재건축되기는 어렵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잘하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불을 당기기 시작할 시점은 부동산 하락장이 지나간 후 상승장으로 돌아선 시점이 될수도 있을 듯 하다"고도 봤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