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허름하고 오래되어 보이는 학교 건물 지하로 내려가니, 활기찬 성도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표정들이 가득했다. 오래된 나무 그루터기에서 새 순이 돋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함께 가는 교회’는 6년 정도 되었는데 70여명이 모이는 밝고 활기찬 교회이다. 처음에 개척할 당시 창립 멤버들이 ‘지붕 없는 교회: 야고보서의 이해’ 책을 요약해서 함께 공부하며 교회의 기초를 세웠다고 하니, 나도 일조 한 듯하여 감사한 마음 그지없다.
백석신대원을 졸업하신 목사님은 한창 일할 때인 40대에 중국 선교에 10년간 헌신했던 의사경력을 가진 분이다. 지금도 주중에는 요양병원에서 일하신다. 소탈하고 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들어보니, 교회가 건강한 면이 많았다. 직분자를 투표를 통해 뽑지 않고, 미리 교회 정관에 제시한 직분자의 기준에 부합하고 나이가 되면 자동적으로 직분을 받게 된단다.
아, 그렇게 하면 성도 간에 나뉘고 상처받고 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이야 미리 정해 놓으면 되니 말이다. 게다가 당회 격인 운영위원회도 임기별로 돌아가며 하게 되어 있었다. 헌금은 신약의 헌금 원리 그대로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믿음에 따라, 너그럽고 풍성하게”하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헌금 봉투가 하나 뿐이었다. 교회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 하나에, 각자가 믿음에 따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한다. 주보에는 매주 헌금 총액만 기록되어있다. 자신의 헌금 내역은 재정부를 통해, 교회 재정 상황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모자라지 않느냐’고 물을 참이었는데, ‘차고 넘칩니다’라고 먼저 대답해주었다. 직분자를 세우는 일과 헌금 생활에 관한 한, ‘함께 가는 교회’는 성도 간에 참으로 ‘함께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회마다 상황과 처지가 다르니, 말씀의 가르침에 합당하게 하면 될 것이다.
강단에 꽃이며, 의자 책상 배치와 정리며, 뒤에 서서 구경만하는 성도가 없을 정도로 모두가 수고하며 섬기고 있었다. 교회 재정의 최소 20%를 외부 사역을 위해 내보내있고, 설립 초기부터 자기 건물로 예배당을 갖지 않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일정 수준의 인원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교회 분립이 되는 것이다. ‘나그네와 행인’처럼 예배 처소를 찾아 떠돌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니 마음이 안쓰럽기는 했지만, 말씀대로 해보려고 하는 교회, 그래서 참으로 자랑스럽고 건강한 교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나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진리와 사랑 안에서 ‘함께 가는 교회’에 하나님이 함께 걸어가 주시고, 때마다 지켜 주시고, 끝까지 인도해 주시기를 축복한다. 성도들의 다양한 표정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주여, 저들의 곤고함과 간절한 처지를 아시오니, 은혜주시고 붙들어 인도해주옵소서. 두 번의 복된 주일, 저들의 예배에 참여해서 성도가 교통하는 큰 위로와 기쁨을 누렸다. 코로나가 끝나가고, 현장에서 ‘함께’ 예배하는 기쁨이 참으로 크다.
채영삼 교수(백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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