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냉전 신호탄 반도체… 美·中 ‘맞춤형’ 협력 가능할까

“신냉전 가속화 움직임… 정부 정책 지원 필요”
얼마 전 방한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후 연설하던 모습. ©뉴시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新) 냉전체제 속에서 반도체 공급망 개편 계획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통보한 '칩4' 가입 결정 시한이 8월 말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이른바 '칩4 동맹'은 한국·미국·일본·대만으로 구성해 동맹국 간 안정적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구축이 목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를 맡고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공급,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제조와 생산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SK에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칩4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좀 더 디테일이 갖춰지면 (구체적인 사항은) 정부나 다른 곳에서 문제들을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며 "저희한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칩4 동맹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우리나라 반도체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만큼 정부의 입장과 기업들의 후속 조치도 중요하다고 보고있다.

◆중국, 지난해 반도체수출액 40% 차지… 국내 기업 생산라인 운영도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반도체 수출액 112억1300만 달러 중 35.2%인 39억5000만 달러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였다. 홍콩을 더하면 전체의 60%를 훌쩍 넘는다.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만큼 중국과의 관계도 이어가며 '맞춤형' 협력을 이어가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에 생산 설비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 생산라인과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 공장이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라인, 충칭 후공정 공장, 다롄 낸드 생산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점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지원법과 같이 세액공제를 받은 기업은 중국 내 반도체 제조역량 확대 및 신설 투자를 할 수 없다"며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반도체산업지원법(Chips-plus법) 역시 당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항으로 인해 향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는 기업을 지원하는 390억 달러의 자금 외에 반도체나 반도체 생산용 공구 제조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 25%를 적용하고 연구 및 노동력 개발에 110억 달러, 국방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 달러 등 반도체 산업에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이나 우려 국가에 반도체 생산능력을 신·증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삼성·SK하이닉스 초격차 기술 확보로 시장 영향력 강화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현지 공장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해 산업 지형 격변기를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는 도약의 기회로 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접할 수 없는 반도체 기술력 및 생산 역량을 확보해 기술 패권을 주도하면 외부 영향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제 안보 위기 상황에 더욱 연구개발(R&D) 기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업계 1위인 대만 TSMC보다 빨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238단 512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2020년 12월 176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한지 1년 7개월 만에 200단급의 낸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앞서 마이크론이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 시작을 알린지 일주일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2.7%, SK하이닉스는 27.1%로 나타났다. 한국이 전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양국간 신냉전 전개에 따라 진영화·블록화가 가속화할텐데 이를 대비한 다각적인 전략 마련과 기업들의 투자를 위한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의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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