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아파트 전셋값… 임대차법 손질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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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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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승에 전세수요 줄고 가격도 하락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올 가을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 측에게 전화를 받았다. 전세 계약을 할 당시인 2020년 말에는 2년 후 쫓겨나는 것이 아닌가 고민했는데, 집주인이 먼저 계약갱신을 제안한 것이다. 시세를 검색했더니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이 임대료 인상 상한선인 5% 인상과 비슷해 A씨는 이사 대신 현재 집에 2년 더 거주하는 쪽을 택했다.

최근 들어 전셋값 하향안정세가 뚜렷한 가운데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상한제(상한율 5%) 등 임대차3법의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된다. 제도가 이제서야 자리잡고 있는데,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안정되고 있는 전세시장이 다시 꼬일 우려가 있어 정부의 고심이 크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와 법무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착수 회의를 열었다. 월 1회 정기회의를 통해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임대차 2법의 효과와 문제점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기관을 통한 연구용역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임대차3법으로 전셋값이 폭등했다며 법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부터 폐지에 가까운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2020년 7월31일 갑작스럽게 도입됐다.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료를 5%밖에 못 올리게 되자 임대인들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매물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갱신권을 쓴 낮은 가격과 높은 신규매물의 이중가격이 형성됐다. 임대차2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매물에 대해 4년치 인상분을 반영할 것이란 '8월 전세 대란'설도 대두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세입자들이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를 선호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에 전세 매물은 증가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는 3만2000건으로 한 달 전인 7월3일 2만8804건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중랑구(20.1%), 구로구(23.3%), 동대문구(27.1%), 관악구(36.7%), 종로구(52.3%)에서 특히 증가폭이 컸다.

수요가 줄자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1월31일 처음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반 년 넘게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나 인천 등 수도권 지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되자 전셋값 급등이 임대차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주요 원인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년전 전월세 폭등은 제도 도입 직전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 때문이었다"며 "임대차법 때문에 폭등했다는 평가는 사실이 아니란 게 입증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게다가 임대차 제도개선 TF에서 임대차3법에 대한 폐지 혹은 폐지에 가까운 수정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많이 인상돼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조를 다시 후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부는 전셋값을 5% 이내로만 올린 상생 임대인에게 실거주 2년 인정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의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보유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집주인에 대해 지방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다 민간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다주택자의 부동산투기 와 조세회피수단으로 활용돼 주택시장 안정을 해친다는 비판에 2018년 9·13대책, 2020년 7·10대책 등을 통해 사실상 제도를 폐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2년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민간임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최근 축소 개편돼 온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며 "관련 법령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원 장관은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일 국토위에서 아파트 매입임대 부활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난 3~4년간 급등한 직후 여러 후유증을 안고 있어 아직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원 장관은 "큰 아파트들에 혜택을 주게 되면 사재기를 했다가 정권이 바뀐 다음 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 비주택, 소형아파트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상생 임대인 제도로 흡수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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