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제이 보고서는 발간 즉시 일반인들 뿐 아니라 학계에 놀라움과 강한 흥미와 더불어 격렬한 분노와 비판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대중들은 “전문 학술적” 비판에 대해서는 잘 알 수도 없었고, 미디어들은 그런 비판을 대중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1990년대 동성애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대서특필” 경우와 유사하다). (이 글에서는 과학적 비판에 대해서만 기술한다. 외설적이다라는 사회적 비판과 비윤리적이라는 기독교로부터의 비판은 생략한다)
1953년 『인간여자의 성행동』이 출판되면서, 다수의 학자들은 킨제이 연구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경고하기 시작하였다. 그들 중에는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고수 루이스 터만, 메닝거 연구소의 정신과의사 칼 메닝거,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 콜럼럼비아 대학의 문화비평가 라이오넬 트릴링 등이 있다. 특히 정신분석가들의 비판이 격렬하였다. 한 정신과의사는 킨제이가 동물(곤충)학자로 인간의 복잡한 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였다. 당시 반공산주의(맥카시) 선풍이 불고 있을 때인지라, 록펠러재단은, 의회로부터 미국의 도덕을 붕괴시키려는 공산주의자들의 의도를 돕는다는 의심과 조사를 받자, 1954년 록펠러재단은 킨제이에 대한 연구비지원을 중단하였다.
이들 킨제이의 업적들은 매우 과학적, 경험적(실험과 관찰), 및 사회적 연구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사기라는 비판도 받고 있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연구대상 선정에서 무작위적이 아니었다. 킨제이 연구의 남자 대상자 5,300명 중 1,400명이 수감 경력이 있는 성범죄자였고, 기타 남창, 및 동성애자가 각기 수백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75%의 남자 대상자는 연구에 자원하였는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 비자원자들보다 2-4배 성적으로 활발하다 한다.
이 때문인지 동성애자가 일반인구의 37%라는 놀라운 통계는 지난 기간 한번이라도 동성애 경험을 한 경우까지 모두 동성애자 집단에 포함시켰기 때문이었다. 다수 남자들은 이차세계대전 중에 온갖 성적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조사대상에 죄수, 남자 창부, 동성애자, 그리고 조사에 자원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본다. 죄수는 동성애를 포함한 범죄로 감옥에 있었을 가능성이 많았고 더구나 감옥 내에서 동성애를 경험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따라서 이들은 일반인구를 대표할 수 없다. 여성 연구 참여자들도 잘못되었다. 남자와 동거하고 있으면, 심지어 포주와 같이 사는 창녀도 “결혼”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이들도 전체 여성들을 대표할 수 없다. 그들은 자기 합리화를 반영한 응답을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저명한 심리학자 아브라함 마슬로우도 킨제이 보고서는 소위 자원자 오류(volunteer-error) 때문에 아무리 조사대상이 많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 비판하였다.
통계학적 토론이 전개되었다. 결국 1949년 12월 시카고대학 통계학위원회는, 킨제이 연구는 연구대상 선정과 통계 제시의 중요한 기준 6개 중 4개에서 실패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제이 보고서의 판매와 도덕적 가치들을 훼손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미디어들이 선정적으로, 특히 New York Times가 킨제이 옹호에 큰 역할을 하였다.
킨제이는 대상 수가 많으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따라서 당연히 그는 불륜, 동성애, 소아성애 등은 정상이기 때문에 허용하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런 논리라면 대부분의 정신장애나 범죄자들도 정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우울증 환자수는 인구의 약 10%이다)
32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1980년대부터 주디스 리스먼(1935-2021)이라는 학자가 킨제이 보고서와 킨제이 연구소의 업적이 거짓임을 조목조목 밝히고 나섰다. 리스먼은 킨제이가 자신의 통계를 변조하였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폭로하였다. 나아가 리스먼은 킨제이가 연구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의 성교를 관찰하였을 뿐 아니라, 자신은 물론 자기 부인이나 연구 팀원들도 자신과 연구 대상들과 성교하였고, 연구 팀원들도 연구대상들과 성교하도록 격려하였고 그런 성교하는 장면을 영상물로 찍도록 요청하였다고 하였다. 당시 실제 이 연구방법은 현재 입장에서 보면 연구윤리 위반이고, 성 범죄이다. 1940년대 연구방법은 지금과 다르다고 해서 그의 비윤리적 연구가 괜찮다고 인정될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옹호자들은 킨제이의 태도를 “진지하고 열성적인 연구 태도”였다고 칭송한다. (계속)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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