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칼럼] 십자가와 부활로 이룬 승리

충현선교교회 민종기 목사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실패하신 예수님인가? 어떻게 하나님의 아들이 나무에 달려 비참함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시는가? 하나님 아버지의 모든 천지창조에 참여하셨던 아들이,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구름을 타고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실 아들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다는 일은 하나님의 약하심과 미련하심으로 보인다. 그 방법 밖에는 없었는가? 그 방법이 유일한 인류의 속죄를 위한 방법인가?

놀랍게도 성경은 십자가의 방법을 오래 전부터 지시하고 있다. 원시복음이라는 창세기 3장 15절에서는 여자의 후손인 그리스도가 사탄의 정수리를 상하게 할 것이지만, 사탄은 여인의 후손의 발꿈치를 물 것이라고 한다. 십자가의 방법이 사탄을 결정적으로 손상시키지만, 그리스도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완전히 패배한 것 같은 십자가의 싸움에서, 그리스도는 승리와 영광을 거론하신다. 그 싸움의 목표는 예수님 자신의 존립과 평안이 아니었다는 사실 속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출애굽기의 불뱀 사건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더욱 밝히 보여준다. 불뱀이 나무 위에 달린 것은 불뱀에 물린 백성의 치유를 위한 것이다. 십자가의 의미는 백성들의 죄를 대신 용서하는 일, 즉 백성의 죄에 대한 대속(代贖)에 있다. 여기에 이르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목표는 백성을 얻는 것이요, 이 사명의 완성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예수님이시다.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화목제물로서 죽임을 당하여야 하는 완벽한 제물이자 제사장으로서의 사명의 완수를 보여준다.

레위기에 나오는 제사의 모든 완성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이루어진다. 고난 당하는 종으로서 백성들의 죄를 속하는 이사야 53장을 비롯한 모든 예언의 성취가 십자가를 통하여 완결된다.

하나님의 자녀들을 구하는 일에 대한 성공적인 사역은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을 사로잡고 있었던 악한 세력에 대한 승리를 보여준다.

첫째로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악한 영적인 세력에 대한 승리, 즉 세상 임금에 대한 승리이다. 세상 임금은 옛 뱀,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 용, 거짓의 아비, 낮은 공중에 권세 잡은 자, 그리고 마귀 등으로 불리는 사탄이다. 이 사탄은 세상을 통치하는 일정한 정도의 한정된 권세를 가지고 일해 왔다. 정의의 하나님께서는 죄에 떨어진 인간을 사탄이 다스리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사탄에게 결정적인 패배와 퇴각의 시간이 왔다. 악한 지혜와 술수를 다하여 메시야 예수를 죽이고 하나님을 대항하여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비참하게 돌아가신 의로운 그리스도가 그 무죄한 피로 모든 죄인을 용서하셨으니, 사탄으로서는 제 꾀에 넘어가 모든 사람을 잃어버린 것이다. 하나님의 미련함이 사람이나 사탄보다 지혜로우며,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이나 세상보다 강하다(고전 1:25).

둘째로 세상 임금의 실패는 세상의 실패이다. 세상은 세상의 임금인 사탄이 사용하는 세속적인 시스템이다. 그리스어의 코스모스(kosmos)라고 불리는 세상은 악한 구조, 악한 체제라는 의미로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왕 그리스도에게 대항하는 세속적인 능력이다. 이 범죄적인 악한 세상은 하나님의 죄 없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죽임으로 정죄함을 받았다. 세상은 창조자요, 섭리주요, 구속주요, 심판주가 되시는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므로 정죄 받았고, 그 뒤에서 일하던 세상 임금 또한 동일한 정죄를 받아 자기의 세력을 상실하였다. 이제 타락한 체제는 신속하게 약화되어 수많은 하나님의 자녀를 교회에 내어주는 상황이 되었다.

셋째로, 세상 임금이 가질 수 없어 포기한 사람이 바로 우리 "신자들"이다.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와 세상의 능력을 가진 악인들은 두려움과 이 세상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붙들어 두었지만, 이제는 그리스도의 보혈과 부활의 능력으로 흑암의 권세와 그 체제에 묶여있던 사람들이 복음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복음의 은혜로 견고하게 세움 받은 사람들의 모임이 '교회'이다. 교회는 사탄의 권세, 사망의 권세가 손댈 수 없는 곳이다.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고 물러가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마 16:18).

이제 남은 싸움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세상의 임금은 두려움과 속임수로 세상의 영광을 미끼로 삼아, 사람들의 심령 가운데 공격을 위한 교두보(bridgehead)와 전진기지를 마련하려고 하지만,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은 성령 안에서 우리의 마음조차도 성령의 내주하시는 터가 되게 하므로 사탄의 공격을 퇴각시키고 있다.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그리스도의 승리는 예수 안에 있는 성도들에게 전가되어 우리의 승리와 우리의 능력이 된다.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사람들에게 2,000년 전의 그 승리가 현재가 되어 약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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