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 칼럼] 내 자아는 십자가에서 끝장나야 한다

아름다운교회 고승희 목사

복음주의적 정통 기독교를 종종 비판했던 앨더스 헉슬리(영국의 소설가 및 평론가)가 "하나님 나라가 임하면 내 나라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일마다 교회에서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6:10)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정작 이 기도를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종교개혁 이전에 독일에서는 요한네스 톨러라는 위대한 설교자가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루터 시대 이전의 복음주의자였다.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느 날 니콜라스라고 불리는 경건한 평신도 농부가 시골에서 톨러 박사를 찾아왔다. 그는 톨러 박사에게 자기가 다니는 교회에 와서 '그리스도와의 영적 연합에 기초한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삶'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톨러 박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에서 그리스도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 그들의 죄와 이기심을 버리는 26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그의 설교는 훌륭했다.

예배가 끝나고 회중이 흩어졌을 때 톨러 박사가 본당 중앙복도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러자 그 경건한 농부가 이렇게 말했다. "톨러 박사님, 참으로 훌륭한 설교입니다. 박사님이 전한 진리에 대해 감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고민이 있습니다. 박사님이 허락하신다면, 박사님의 설교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톨러는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얼마든지 의견을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니콜라스는 말했다. "박사님은 오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영적 진리를 전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볼 때, 박사님은 깊은 영적 원리를 생활 속에서 체험하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 전했습니다. 박사님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과 온전히 연합된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박사님이 설교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운 것이 많고 학구적인 톨러 박사였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즉시 무릎을 꿇고 회개하며 겸손히 하나님을 구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톨러 박사는 설교단에 서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성령님께 객관적 진리를 깊고 뜨겁게 체험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날마다 간절히 기도했다.

영혼의 고뇌로 얼룩진 긴 시간이 지난 후에 드디어 그의 왕국이 완전히 무너지고 하나님 나라가 재건되는 날이 찾아왔다. 성령님이 큰 강물처럼 그의 삶에 임하셨다. 교구로 돌아와 다시 설교단에 선 그는 당대에 가장 뜨겁고 위대하고 열매를 많이 맺는 설교자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님의 은혜로운 복이 그에게 임하기 전에 그가 먼저 죽어야 했다는 영적 원리이다. 바로 이 원리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갈 2:20)라는 사도 바울의 고백에 담겨 있다.

- A.W.토저, "내 자아를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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